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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길 위에서<2017>

섬 나들이

by 자 작 나 무 2017. 10. 6.

 

10월 5일 

추석엔 너무 붐빌 것 같고, 곧 비가 온다니 5일이 아니면 같이 밖에 나갈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애초에 연휴에 통영 주변에 있는 섬 여행을 몇 곳 다니기로 했는데 현실은 딱 한 곳으로 끝나고 말았다.

 

 


나는 몇번씩 다녀온 곳이지만 딸은 처음 가보는 섬. 연대도, 만지도



 

 

 

달아항에서 출발한 지 15분 만에 연대도와 만지도 사이에 이어진 출렁다리가 보인다.

 

 



 

 



 

 

 

아침에 뱃시간 맞춰서 꽤 멀리 떨어진 항구까지 도착해야 해서 아침을 거르고 나왔더니 다리를 건너는데 속이 울렁거렸다. 딸을 앞장 세워 등만 바라보고 걸었다.



 

 



 

 

 



 

연대도에서 내려서 다리 건너 만지도에 왔다.

 

 

 


해물라면이 유명해진 만지도에서 전복 해물라면을 먹었다. 아침을 안 먹었으니 다른 식당에서 정식을 먹자 했지만, 평소에 내가 이 섬에 가자고 딸을 꼬시면서 했던 라면 맛있다는 그 집에 가자는 것이다. 딱 한 끼만 먹고 나가야 하니까 라면집에 가자한다. 이젠 바닷가 음식점마다 해물라면을 팔고 있다. 내가 알기론 이 집이 원조집이다. 그냥 해물을 넣고 라면을 끓이면 벌건 거품이 위에 뜨는데 이 집은 나름의 육수를 만들어 라면을 끓여서 국물 맛이 아주 깔끔하다.

 

 

딸이 국물이 맛있다며 밥 말아 먹고싶대서 공깃밥까지 시켜서 말아먹고 나왔다.

 




 

 

만지도에 컨테이너 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그 컨테이너에 옥상을 얹고 손질해서 바뀐 주인이 커피를 팔고 있었다. 예전보다 더 맹탕 커피라서 내 입엔 커피가 헤엄쳐간 물맛이다. 다음엔 꼭 집에서 커피를 내려서 들고 와야겠다. 만지도 선착장이 보이는 곳에서 딸은 미리 준비해 온 음료수를 마셨다.


 

 

 




 




 

 

 


다시 연대도로 건너왔다.

 


연대도 둘레길을 지나야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섬과 바다를 볼 수 있다. 딸은 시작부터 발이 아프다고 징징거렸다. 부주상골 증후군 때문에 조금만 걸어도 발이 아프다는데 물리치료를 받아보자 해도 별 소용없다며 병원 가길 거부하더니 계속 아프다며 애를 먹인다. 

 

 

 

이 섬엔 숙박하는 사람들 외엔 배에서 내리면 3시간 머무는 것 이상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 안에 배를 타고 나와야 하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3시간 뿐이다. 만지도로 건너가서 라면 먹고 넘어오니 벌써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만지도에서 능선 따라 걷는 길을 걷고 싶었지만, 언젠가부터 그 등산로 초입에 땅주인이란 사람이 사유지라고 길목을 폐쇄해놔서 이젠 지나갈 수가 없다.


 

 

 

 

 

 



 

70~80년대에 본 익숙한 동네 골목 같은 풍경이 여전히 남아있다.

 

 



 

 

 

지금은 관리가 거의 되고 있지 않은 폐허같은 에코체험 센터에서 그네를 탔다.

 

 

좀 타다 내릴 줄 알았더니 딸이 신나게 그네를 타고 또 탄다.

 

 



 

 



 

 



 

 

딸이 밖에서 노는 모양을 보면서 천천히 걷고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 또 얼마나 남았을까. 지금이 참 행복한 때다. 일주일 아무 일 없이 빈둥거리며 잘 놀았다.

 

 

 

에코체험센터 뒤편 바닷가에서 딸은 만만한 돌을 한참 골라내어 물수제비 뜨기를 했다.


 

 



 

즐겁게 뭔가 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배를 길게 타면 멀미 하거나 힘들까 봐 아주 짧은 코스를 선택했는데 뜻밖에 돌아오는 배 안에서 배를 좀 더 오래 탔으면 더 재밌었을 거란 말을 했다. 다음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엔 욕지도나 연화도 사량도쯤 가면 좋겠다.

 

선착장에서 우리 동네로 나오는 버스가 마침 이 음식점 앞을 지나는지라 그곳에 내려서 나머지 한 끼를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해마다 명절이면 따로 음식을 하지 않는 우리 모녀가 명절에 밥을 사 먹던 곳이다. 전날인 추석엔 윤하네에서 준 나물에 밥 비벼 먹고 밖에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통영에서 이렇게 함께 보낼 추석이 이젠 딱 한 번 남았다. 내년 추석이 지나면 딸이 진학할 동네에서 추석을 보내게 되겠지. 이 모든 시간이 추억이 되어 아련하고 그리워 눈물나는 날이 곧 오리라.

 

 

 

해마다 추석에 찍던 기념사진. 올해는 추석 다음날인 10월 5일에 셀카봉 반신샷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