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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길 위에서<2017>

거제 바닷가 풍경<1>

by 자 작 나 무 2017. 10. 6.


9월 30일


딸 어릴 때, 거제 해금강에 가던 길에 저수지에 띄워놓은 오리배를 보고 무척 타고 싶어 했다. 오리배를 띄워놓은 저수지나 물가에서 그 오리배를 안 타고 그냥 지나간 일은 아마도 없었던 거로 기억한다. 길가에 무슨 농원이 있었는데 입장료를 내라 해서 입장료 내고 들어가고 싶을 정도의 규모는 아닌 듯 하여 여기서 오리배를 탔다. 오랜만에 갔더니 주변에 산책길을 데크로 만들어놨다.



거제 구조라 해수욕장


9월 말일인 데다 다음날이면 10월인데 그날은 무척이나 낮에 따뜻하였고, 수영하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여름날 같았다. 구조라 해수욕장은 지나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 지나친 정도로 거의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다. 거제 남부나 동부로 이어진 길을 새로 낸 곳이 몇 곳 있어서 조선소가 보이지 않는 바닷가로 향하는 길이 좀 짧아졌다. 덕분에 이번 연휴에 계획했던 섬여행은 뒤로 하고 거제의 아름다운 바닷가를 찾아다녔다.





















거제 와현 해수욕장














거의 해 질 녘에 가까운 시각인데도 물에서 노는 사람들이 있었다. 9월 말의 해수욕장이라 한산하다. 조용히 앉아서 멀리 보이는 섬과 조금 드러난 수평선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가는 시간 속에 있어도 좋을 곳이다.















연휴를 맞아 놀러 온 친구 차 없이는 쉽게 가기 힘든 곳만 주로 찾아다녔다. 그중에 한 곳이 거제 공곶이. 동백이 피고 수선화가 피는 초봄에 가보고 싶었지만, 대중교통편으로는 그곳에 다녀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아 계속 생각만 하다 말았다. 일단 공곶이 주차장까지만 가볼까 했는데 내친김에 해가 좀 남았으니 언덕진 길을 올라가 보기로 했다.








전망대처럼 세워둔 정자에서 내려다보면 개미목 같은 곳에 긴 방파제를 앞에 두고 아슬아슬하게 바닷가에 마을이 보이고, 그 옆에 조그만 해변이 와현해수욕장이다. 와현해수욕장과 공곶이 쪽은 처음 가본 곳이다. 
















거의 45도 각도라 여겨질 만큼 비탈진 길을 무리해서 올라갔더니 또 비탈길, 그리고 저 너머 빛이 보이는 곳까지 올랐을 때까진 그래도 괜찮았다.



다시 시작된 완만한 탐방로 입구에서 여느 탐방로에서 걷는 정도의 길만 걸으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앞에 펼쳐진 길은 보기만 해도 아찔한 급경사다. 어쩐지 700m 남았다는 표지판에 누군가 '죽는 길'이라 써놨더니 그 말을 써놓은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길이다.



처음엔 그래도 고작 700m로 엄살이 심한 낙서라 생각했다. 등산화를 신고 온 것도 아닌 데다 친구는 허리가 안 좋은데 그 길을 같이 걷자니 미안하고 불안했다. 나도 아무리 잘 걷는다고 큰소리쳤어도 샌들 신고 여태 오른 길만 해도 잘 걸었는데 여긴 걸어도 걸어도 끝이 안 날 정도로 좁고 아찔한 경사로가 이어지니 도무지 끝까지 다녀올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침 동네 주민인지 이곳을 자주 다녀 익숙해 보이는 분이 말씀하시길 남은 길도 무척 험하니 초봄에 수선화 필 때나, 이 길에 동백꽃으로 그득할 때가 아니면 견디며 걷기엔 그다지 좋은 길은 아니라 하셨다. 돌 많은 길에서 미끄러져서 오른쪽 발 아치 부분이 돌에 찍혀서 피멍이 들었는데 여기까지 참고 온 것이 아까워서 끝까지 가보려 했는데 끝까지 갔다 오는 것이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아 돌아섰다. 올라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역시 경사지고 잔돌이 많은 내리막길이 더 무서웠다. 


천주교 순례길이라는 표지도 있었는데 한 눈으로 보고 지나쳤다. 너무 오르막길을 반복해서 걷다 보니 다리도 퍽퍽하고 몹시 피곤했다.


어지간한 생각으로 여기 이상의 길을 올라갈 생각을 다신 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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