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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5>/<2025>

피로감

by 자 작 나 무 2025. 4. 5.

2025-04-05

매일 몹시 피곤한 상태로 퇴근한다. 그래도 적당한 시간에 잠들지 못해서 수면유도제를 먹는다. 식물성 멜라토닌을 먹고 졸린 듯한데도 결국 잠들지 못하고 밤이 깊어지면 걱정돼서 뭔가를 더 먹고 억지로 잠을 청한다. 그래도 새벽에 깨는 날이 흔하다. 그런데 약을 두 가지 먹었을 땐 새벽에 깨야하는 데도 깨지 못하다가 아침에 모닝콜을 반복해서 끄고 그대로 잠드는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오늘은 아침부터 감정이 거칠게 올라왔다. 편안하게 늦잠을 자고 싶은데 그럴 수 없었다. 딸과 병원 가기로 한 약속 때문에 일찍 깨서 기다렸는데 딸이 말을 바꿔서 가지 않게 됐다. 휴일 아침에 더 잘 수 있는 기회는 그렇게 날아갔다. 쌓인 피로가 그렇게 녹아버리기를 바랐는데.....

 

멍하니 노트북에서 나는 소리만 듣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야겠기에 샤워를 하다가 몸이 피곤해서 쌓인 감정이 훅 올라온다. 정말 조잡한 생각이 머릿속에 스치고 아차 한 순간에 딸과 거실에서 마주친 상태로 한 마디 뱉은 게 인화 물질을 들이부은 것처럼 작은 흐느낌이 결국 울음으로 번졌다. 걷잡을 수 없이 올라오면 실컷 울어버렸어야 했는데 그걸 또 꾹 눌러서 참고 밖으로 나섰다.

 

감정이 정리되지 않으니 빗길에 혼란스럽고 내가 아닌 것 같은 내가 나보다 반 걸음 앞서서 설쳐댔다. 다른 말이 필요없다. 나는 더 쉬어야 한다. 몸이 너무 힘든데 해야 할 일을 떠올리느라 긴장한 뇌가 나를 충분히 쉬게 놔두지 않는다. 따지고 생각해서 눌러버린 감정이 엉뚱한 곳으로 튄다.

 

종일 짜증이 올라온다. 몸이 피곤하니 한동안 잠잠하던 갱년기 증상이 심해진 게 아닌가 싶다. 이 괴물같이 치오르는 감정은 나를 불만 투성이로 만든다. 이런 힘든 생활이 익숙해지면 견디기야 하겠지.

 

퇴근하고 주말을 그 원룸에서 시체처럼 늘어지게 자면 과연 기분도 나아지고 더 행복해질까? 아무도 없는 고향보다 딸이라도 있는 내 집이 낫다. 내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은 이걸 견디며 주말에 딸이라도 만나고 내 방 내 침대에서 다리 쭉 뻗고 이틀이라도 자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체력이 떨어지니 이 생활이 쉽지 않아서 화가 난다.

 

원룸 월세에 주말에 집에 오가는 비용까지 계산하면 생활비도 빠듯한 이 생활을 어쩔 수 없이 계속해야 하는 게 내 현실이다.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나를 짓누르다보니 오늘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울음이 터져서 울고 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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