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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길 위에서<2008>

지리산 피아골 자연관찰로

by 자 작 나 무 2008. 10. 28.

 10월 25일
 

 

 연곡사를 지나서 약간 위쪽에 자리한 직전마을에서 삼홍소까지 이어진 피아골 자연관찰로를 따라간 가벼운 산행

 

아침 일찍 산에 갔다 우리가 올라가는 시각에 내려오는 이들도 많았다. 이번에 새로 산 딸내미 소풍 가방에 김밥이랑 과일을 담아 묵직한데도 자기가 지고 간다고 씩씩하게 올라간다. 춥다고 내 모자까지 쓰고, 목에는 지리산 지도가 그려진 손수건도 멨다.

 

떨어진 낙엽을 사각사각 밟으며 그저 설레는 마음이 지리산이랑 연애라도 하는 것 같다. 어쩌면 이렇게 산은 나를 설레게 할까. 방바닥으로 꺼져 들어가는 것만 같던 몸에서 이런 기운이 솟게 하는 걸까.....

 

 너덜겅
 
 

군데군데 아이들이 뒤적여보고 읽어볼 만한 관심거리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야생동물들의 발자국 모양이라든지 그곳에 자생하는 나무들의 잎과 열매 모양 맞추기 퍼즐 등. 지영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단풍나무들에 대한 정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랴~ 일단 뭔가 만들어 세워놓은 것은 다 읽어보고 만져봐야 한다. 아이들의 즐거운 산행 체험 코스엔 이런 재미가 있다. 묵묵히 산길만 걸어도 좋은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쉽게 지루해할 수 있다. 자연관찰로에 아이들을 위해 놀이와 학습을 겸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몇 가지 준비되어 있어서 좋았다.
 

 
 

삼홍소를 끝으로 자연관찰로 코스는 끝. 더 올라가고 싶어도 단체 산행팀들이 워낙 많아서 좁은 산길에선 사람에 치이고 밀려서 차량정체 코스에서 정차하듯 앞 사람들이 비켜서 빠져나가기를 기다려야 하기 일쑤였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왕복 5Km 코스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산이 붉고, 산빛이 드리운 물도 따라 붉고, 물에 비친 사람도 붉게 보인다고 하여 삼홍소.
삼홍소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내려왔다.
 

 

한숨 쉬어가야 할 즈음에 가파른 오르막을 나보다 먼저 올라간 지영이가 귤을 하나 들고 와서 부끄러운 듯 입을 삐죽거리며 말한다.
"어떤 아저씨가 이거 나 먹으라고 줬어.... 가방에 귤 있다고 말했는데도....."
낯선 사람이 뭔가 준 것을 받아들고는 어쩔 줄을 모른다.

 

산에 오면 사람들이 의외로 친절해지는 것에 아직 익숙하지 못한 모양이다.
"꼬맹이가 산에 왔다고 예뻐서 주는 거니까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먹어."
나도 산에 들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경계심도 어느새 사라져버린다. 지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지나칠 때, 오르는 걸음에 덜 지친 내 여유를 미소에 담아 건네주기도 한다. 낯선 이들 모두 어디서 무얼 하던 사람인지 모르지만 자연 속에선 한없이 온화하고 푸근해지는 내 마음과 다를 바 없으리라.
 

"야....꼬맹이 패션 멋지다."

다리를 비껴가던 청년이 그런 말을 던지자 앞서가던 딸이 또 뒤를 흘끔 보며 입을 비죽거리며 슬쩍 웃는다. 부끄러우면 좋으면서도 그걸 어쩔 줄 몰라 하며 입꼬리 올라가는 걸 참느라 입을 비죽거리게 된다.
까만 스판덱스 바지 하나를 사서 산에 갈 때마다 입혔더니 나랑 옷 색깔이 아래위로 비슷해서 나랑 세트로 등산복 입은 것 같다며 아이도 좋아했는데 누군가 그렇게 한마디 지나는 길에 던져준 것이 기분 좋았던 모양이다.

 

 

2년 전에 피아골에서 왔을 때 살이 잘 오른 표고버섯을 한 봉지 사다가 맛있게 먹은 기억에 이번에도 그런 버섯 파는 트럭을 혹시나 동네에서 만나게 될까 하여 두리번거렸지만, 이번엔 버섯 파는 이는 만날 수가 없었다.

 
 

 
 

 
 

 연곡사 앞, 알록달록하게 물든 나무
 

 일주문 앞에서 사진만 찍고 딸이 다리가 아프다 하여 연곡사 안에 들어가 보지 않고 돌아왔다.
 

스물다섯엔가 문화유산답사 동호회 일원들과 처음 가봤고 이후에 가족들과 두어 번, 딸이랑 두 번째 왔다. 갈 때마다 뭔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 매번 사진을 많이 찍은 것은 아니어서 어찌 변했는지 기억이 아름아름하다. 사진이 기억을 새롭게 하기도 하고 그때의 느낌을 되살려주기도 하니 앞으로도 글로는 기록하지 못하더라도 사진이라도 찍어 저장해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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