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걸이에 반지까지 한 지영이
정말 탐스럽고 예쁜 열매들. 저건 무슨 열매일까?
올 봄에 갔었는지 겨울에 갔었는지 기억도 아름할 정도로 시간이 흘렀는데 더러 엊그제 일같은 느낌이 든다. 소담수목원 까페에 찾아간 일도 그랬다. 꽤 오랫동안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올리지 않았고, 간혹 바깥 바람을 쐬러 다녀도 카메라를 들고 예전처럼 열심히 사진을 찍지도 않았다.
그러고 싶을 때까진 그냥 편하게 자신을 내버려두고 싶었다. 하루에 수십번 기분이 변하거나 미열이 오르락 내리락할 때도 있었고,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아도 그냥 덤덤하고 편안했다. 참으로 많은 것에 무뎌진 자신에 대해 마냥 긍정적일수는 없었지만 세월이 가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생각하기로 했었다.
굳이 내가 전형적인 어른들의 것이라 여겨왔던 '뻔한 생각'을 당연한 듯 여길 필요는 없는데 왜 자신을 그렇게 맞추어가려고 애썼을까...... 평범해진다는 것, 평범한 삶을 살아가려고 애쓴다는 것이 오히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이젠 여행을 갔던 장소에 재삼 재사 가는 것이 예전만큼 신나지는 않다. 뭔가 새로운 것을 만날 때에 느끼는 감흥이 새로운 곳을 찾아나설 때 불안한 심정을 덮고도 남는다. 가끔은 익숙하고 편안한 안식처같은 곳을 찾아가더라도 예정되지 않았던 곳으로 떠나보는 것이 좋다.
몇번 다녀온 후로 이미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던 곳인데 계절이 몇번 바뀐 뒤에 갔더니 그 사이 까페 확장공사도 했고 마당에 뛰놀던 강아지들도 훌쩍 자라 있었다. 새로 찍어온 사진으로 컴퓨터 바탕화면을 바꿨다.
가을이 오는 것도 짧은 기간 어디든 나서고 싶게 화창한 하늘이나 삽상한 바람이 나를 변하게 하는 것 그 모든 것에 자신을 열어놓고 계절을 만끽하고 싶다.
며칠 전 간혹 들르는 서점 50% 할인 코너에서 '그리움이 나를 밀고 간다'는 헤르만 헤세의 산문집을 샀다. 몇 가지 늘어놓은 책 중에 단연 눈에 들어오는 제목이었다. 나를 마냥 늘어지지만은 않게 해주었던 삶의 원동력 중에 하나가 그리움이었고 외로움이었다. 외롭지도 않고 그립지도 않은 무중력 공간에 떠있는 듯 했던 시기를 보내고 보니 그 단어가 더 간절해졌다.
매번 커다란 커피 잔에 그득 커피를 따르고 잔을 다 비울때마다 정말 아무 것도 그립지 않다고 자신을 세뇌시켜온 것은 아닌지. 혼자 그토록 많은 차를 마시면서도 푸석푸석해진 내 삶에 '생각하지 않기'라는 금지어를 잠시 내리고, 끊임없이 밀쳐내던 자신의 엉성한 모습을 다시 꺼내야겠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가을볕에 잘 말려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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