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함양 상림에 갔다. 추석 즈음에 석산이 만개하니 이번주에 가면 작년에 본 것처럼 숲에 붉은 석산이 그득 핀 장관을 볼 수 있을 줄로만 알았다. 꽃무릇이 이제 지는 시기인지 더러 곱게 피어 있는 곳도 있고 이미 꽃대가 사라지고 잎이 올라오기 시작한 곳도 있었다.
살아 생전에 못 만난 님 죽어서야 만난다고, 꽃이 시들어 사라진 후에야 잎이 올라오는 석산은 사람들이 붙인 갖가지 슬픈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대변해주고 있다.
처음엔 이렇게 얌전하게 사진을 찍어 달라던 아이가
숲에서 얼마나 신나게 놀았던지 두어 시간 놀고 난 후에 숲을 나갈 즈음엔 기가 살아 머리 끝으로 튀어나올 지경이 되었다. 사람들이 지나가거나 말거나 웃기는 춤을 추기도 하고 갑자기 바위 위에 불쑥 올라가더니 자유의 여신상이라며 사진을 찍어달란다.
충전이 필요할 때 산행을 할 기력은 없고 숲에 가고 싶을 땐 함양 상림에 가곤 하는데, 이번엔 나보다 충전률이 훨씬 높았던 지영이. 요즘은 살도 기력도 마구 넘친다. 무용학원에서 2Kg만 좀 빼라는 소릴 들었다는데 그 이상은 빼야 다른 옷도 맞을 것 같다.
상림은 언제 가도 참 매력적인 숲이다. 9월 둘째 주 인산가곡제 하던 날 테너 엄정행님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었던 그 밤의 하늘에 뜬 달빛이나 노래 소리들이 숲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만 같았다. 가곡제가 열렸던 잔디밭 주변을 슬슬 돌면서 가을이 주는 선물을 하나씩 하나씩 가슴에 담아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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