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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길 위에서<2010>

인산 가곡제 스케치

by 자 작 나 무 2010. 9. 6.

 

지난 토요일 저녁 7시 함양 상림공원 내 다볕당 앞마당에서 제5회 인산가곡제가 열렸다. 
지난가을에 우연히 들러서 이런 가곡제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올해는 날짜 맞춰 일부러 찾아가서 멋진 시간을 보내고 왔다.



 


 소프라노 윤지영
꽃구름 속에, 신 아리랑, You raise me up. 등을 불렀다.



 바리톤 박대용
쥐, 명태, 투우사의 노래(Les Toreadors).....



소프라노 고예정
비가, 그리운 금강산, 밤의 여왕 아리아(Konigen der Nacht) 등....
 

테너 홍지형 / 소프라노 윤지영
작별을 고할 때(Con Te Partiro)
 

 테너 전병호 / 소프라노 고예정 / 바리톤 박대용이 함께 부른 '9월의 어느 멋진 날에'
원제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였지만 9월로 개사하여 불렀다. 이 곡을 부르는 동안 그 곡이 주는 아름다움에 푹 빠져 황홀한 표정으로 노래를 들었다. 주최 측 카메라가 플래시를 터뜨리며 나와 지영이 모습을 찍어갔다.


사회 보시던 분이 진행 중에 마이크를 들고 내 옆에 와서 서시더니 최우수 관객이라는 멋쩍은 칭찬과 함께 마이크를 건네시는 바람에 얼떨결에 인터뷰도 했다. 그 때문에 사진을 찍어간 것인지..... 


지영이 왈
"엄마 또 찍혔어...!" 


봄에 법정스님 다비식장에서도 SBS 리포터가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나를 지목해서 인터뷰 요청을 했다. 그때는 새벽같이 송광사까지 찾아가느라 애먹었고 추모하러 와서 방송에 대고 얼굴 나오는데 뭐라고 하기가 싫어서 거절했다.


이번엔 녹화용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았거니와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서 어디서 온 아무개라고 소개하라는데 안 할 수가 없었다. 나를 얼어붙게 한 사회자님 포스 짱~



제3회 인산가곡상 시상식. 제1회는 오현명 선생님, 제2회는 엄정행 선생님께서 받으셨고 이번엔 바리톤 박수길 선생님께서 수상하셨다.



뜨거운 조명아래 흐트러짐 없이 프로다운 자세로 긴 연주를 해줬던 김해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
조명 때문에 벌레는 또 얼마나 많았던가.....
  

올해 인산가곡상을 수상하신 박수길 선생님의 수상공연
'노장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세월의 흔적조차도 아름답게 자리 잡은 온화한 모습이며 미성이 가을밤을 더 아름답게 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전 출연자들이 나와 축배의 노래를 불렀다. 또 내년 가을을 기약하며......
가을밤 야외에서 열린 가곡제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내년 가을에 또 나는 저 자리에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약이다. 온몸으로 전해오는 잔잔한 전율감.... 사방이 꽉 막힌 공연장이 아닌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이런 멋진 공연이 내게 주는 감동이야말로 정말 내겐 약이나 마찬가지다. 9월의 어느 멋진 날을 선사받은 함양 상림 숲에서 내 마음은 한없이 평화롭고 따뜻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