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2일
루브르 박물관 마감시간까지 구경하고 밖으로 나와도 밖이 환하다. 이제 저녁 먹으러 가야지. 파리에서 이틀 더 지나면 한국으로 돌아갈 텐데 그날따라 한식이 너무 먹고 싶었다. 한식 하는 곳이 근처에 있다니 찾아보기로 했다.
박물관 돌아다니느라 많이 걸었더니 저것 타고 지나가시는 분이 몹시 부럽다. 발바닥에 물집 잡힐 만큼 걸었다. 그래도 젊으니 좋은 거다. 걸어다닐 수 있으니까.
오페라 극장 부근 골목에 일식집, 한식집들이 더러 있다. 그 중에 일단 눈에 띄게 한글로 간판 달아놓은 집으로 들어갔다. 근처에 일식을 하는 맛집은 따로 있는데 맛집엔 손님이 많았다. 나는 비빔밥이 너무 먹고 싶다고~! 저긴 중국음식, 한국음식, 일본음식을 메뉴로 다 하는 곳이다. 짜장면과 짬뽕도 있다. 완전 눈이 동그래지면서 식욕이 마구 당겼다.
태동관이라고 한글로 간판을 올려놨지만 주인은 중국사람이다. 어쩐지 뭔가 속은 기분이다. 그래도 들어왔으니 메뉴판 둘러보고 이것저것 주문했다.
중국집 찾아다니며 밥을 먹긴 했지만, 또 그것과는 다른 맛이다. 어떻든 비빔밥 먹고 나니 얼마나 행복했던지. 다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떡볶이를 시켜먹는데 또 눈이 돌아간다. 결국 다음날 다시 가서 떡볶이도 시켜먹었다. 파리에서 정말 비싼 떡볶이를 먹었다. 맛은 그럭저럭 수긍할 만한 정도였다. 근처에 한국 식품점이 있었다는데 계획 없이 갔던 걸음이라 나중에야 알았다.
라면 먹고 싶어서 마트에서 라면 비슷한 걸 사서 왔는데 돌아와보니 그게 라면이 아니라 똠냥꿍이다. 진짜 끓여서 한 젓가락 먹고 나머지는 거의 다 버렸다. 라임향이 나면서 정말 이상한 국물 맛에 도무지 적응할 수가 없었다.
파리에서 중국인이 해주는 한식을 맛있게 먹고 유유히 파리 시내를 활보하며 배부른 관광을 해본다. 우린 아직 저 2층 버스 한 번도 못 타봤다. 걸어 다니는 것만 못하겠지만 여기저기 둘러보는 데는 효율적이겠지.
몇 년 전에 오르쉐 미술관에서 본 적이 있는 작품이 벽에 붙어 있다. 그래도 본 적 있는 건 기억한다.
가로등도 무척 아름답다.
문구점 이것 저것 구경을 하고 몽마르트르 부근의 숙소로 다시 돌아갔다. 많이 걷고 많이 보고 오랜만에 한식도 먹고 기분 좋게 그대로 몸이 녹아내릴 듯 노곤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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