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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길 위에서<2015>

가을 선암사 나들이

by 자 작 나 무 2015. 11. 14.

이번 주 지나면 비 맞아 단풍 다 지겠다며 꼭 함께 주말에 단풍놀이를 가기로 딸이랑 일찍부터 약속을 했다. 아침엔 휴일이라고 여전히 늦잠을 자고 뭉기적거리는 딸을 이끌고 먼저 순천 송광사에 찾아갔다. 송광사는 산행하러 간 것이 아니라 그 아래 입구에 있는 음식점에서 꼬막정식을 먹겠다고 찾아간 것이다. 딸은 맛집 가는 재미로 나를 따라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며칠 전에는 분명 지리산도 좋고 송광사도 좋다고 했건만, 속셈은 송광사 아래 길상식당에서 꼬막 정식이나 더덕 정식을 먹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승주군에 도착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그래도 오랜만에 딸이랑 야외로 나와서 기분이 한껏 좋았다.

 

늦은 점심을 푸짐하게 먹고 산책은 선암사에서 하기로 했다. 좀 일찍 나섰더라면 두 곳 다 들러도 좋은데 비도 내리는 데다 해지기 전에 양쪽을 다 걷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기대했던 큰 은행나무에 노랗게 붙어있던 잎들은 이미 낙엽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노랗게 내려 쌓인 잎들이 화사하니 보기 좋았다.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에서 같이 사진 한 장 찍자니 딸이 몹시 귀찮아한다. 먹을 땐 좋았는데 배불리 먹고 나니 걷기가 마냥 귀찮은 것이다. 빨리 집에 가자는 소리만 반복하는데 얄밉긴 하지만 나중에 남는 게 사진뿐이라며 살살 달래서 카메라 앞에 서긴 했는데 표정이 영 시원찮다. 

 

 

 

 

 

선암사에 더러 함께 오긴 했지만 같이 못 온 지 몇 해는 지난 것 같은데 제 기억엔 같이 몇 번 왔으니 너무 익숙해서 같은 데 오는 게 싫다는 것이다. 나는 올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 든다. 오늘은 더구나 비 맞은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산뜻한 것이 더 좋기만 하다.

 

 

 

 

 

 

 

 

 

 

 

 

 

 

 

  

 

 

 

 

 

 

 

 

 

 

 

 

 

 

 

 

 

 

 

 

 

 

 

 

 

 

다시 딸을 달래서 사진을 찍었다. 내년 가을부터는 가자고 조르지 못하겠다. 딸이 고등학생 되면 더 바빠서 마냥 바깥으로 나돌고 싶은 엄마 마음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올해 이렇게 하루 함께 하고 사진 한 장 같이 찍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선암사 입구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 들어갔더니 따뜻하게 불 지핀 난로 옆에 고양이가 나른하게 누워있다. 녀석은 사람들의 출입에 신경도 쓰지 않고 저 나름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난로에 연결된 연통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오르고 비에 살짝 젖은 모든 것이 수분을 머금고 있어 어쩐지 여유로워 보인다.

 

 

 

내려오는 길목에서 아는 분을 만났다. 작년에 같이 근무하던 분이 부군과 함께 거제에서 선암사 나들이를 오셨다. 같은 과 선배였기도 했던 그 선생님을 또 그렇게 우연히 만날 만큼 이 나라는 좁은 곳인가 보다.

 

 

 

 

 

 

 

 

 

 

 

 

 

 

 

 

내년 봄에 매화 필 때 선암사에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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