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에서 올레 6코스인 이중섭거리를 걷다보니 어김없이 배가 고팠다. 아침을 아무리 많이 먹고 나온들 때가 되면 거짓말처럼 배가 고프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였다.
서귀포 쪽에 놀러갈 때마다 아침에 생선구이까지 나오는 정식을 7천원에 팔아서 인상적이었던 네거리 식당에 찾아갔다. 반찬도 먹을 만한 것만 나오고 그나마 관광지에 있는 식당치고는 바가지가 덜한 것 같아서 기억하고 있던 곳이다.
두번 째 갔을 때 이미 가게를 건너편으로 옮긴 뒤였고, 이번이 세번 째 방문인데 이번엔 놀라울 정도로 가게 인테리어가 달라져 있었다. 그간 장사가 잘 되었던 모양이다.
아침이라 간단한 음식만 먹었는데 이번엔 갈치요리 전문점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갈치국이나, 갈치조림을 먹어볼 참이었다.
갈치국을 주문하려니 딸이 호박들어간 갈치국이 생소한지 혼자 다른 메뉴를 먹겠다 한다. 그런데 갈치조림은 중 사이즈부터 주문 가능한데 중자가 45,000원이다. 살짝 망설여지는 가격이다. 중자 갈치조림을 시키면 세 명은 먹어야 할 것 같은데 둘이서 먹기엔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래서 2인분 이상만 주문받는다는 갈치정식을 주문했다. 갈치조림이나 비싼 갈치구이에 몸통을 쓰고 살짝 얇은 꼬리 부분을 이용해서 요리한다는데 1인분 12,000원으로 그나마 그 가게에서 정식 외엔 가장 저렴한 메뉴였다.
과연 갈치조림이 나왔는데 위에 무가 가득하다.
관광지여서 그러려니 하고 갈치 한 도막을 건져내고, 무 한 도막을 건져내서 먹다보니 우습게 볼 것이 아니다. 꼬리부위만 몇 조각 넣었지만 우리가 실망할 만큼 양이 적지는 않다. 무 아래에 둘이 반찬으로 먹기에 적당한 양의 갈치가 숨어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양념맛이 여태 먹어본 갈치조림 중에 최상의 맛이다. 무 하나 조차도 그냥 버릴 수 없었고, 뼈에 붙은 작은 갈치살 한 조각도 쪽쪽 빨아서 먹고 싶을 정도로 양념맛이 기가 막혔다.
3박4일이 5박6일로 늘어지는 바람에 경비지출이 많아지니 간 크게 한 끼를 비싼 걸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갈치정식을 먹었지만, 양념맛이 너무 훌륭해서 다음에 들르면 꼭 갈치조림을 먹기로 했다.
실망할 뻔한 점심을 극적으로 맛있게 먹은 우리는 다시 이중섭거리로 가기 위해 걷다가 올레시장을 만났다.
소화도 시킬 겸 올레시장 구경을 관광객 포즈로 슬렁슬렁 걷다가 사진도 한 장씩 찍고
플랭카드 붙은 떡집에서 먹고 싶었던 오메기떡도 한 팩 샀다. 많이 사가고 싶었지만 이틀이나 여행 일정이 더 남아서 떡이 변할까봐 그냥 그날 먹을 것만 샀다.
그런데 나중에 제주 동문시장에서 오메기떡을 사려고 하니 올레시장 떡보다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이 떡집에서 산 오메기떡은 살짝 달고 무난한 맛으로 다른 동네 떡맛이 익숙하다면 맛있게 잘 먹을 수 있는 맛이다.
너무 오메기떡 생각나면 택배로 주문해서 한 박스 사먹으려고 상호를 찍어왔다. 팥으로 둘러싸인 오메기떡을 유난히 좋아하는 내게 떡집은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배가 부른데도 떡을 보면 침이 넘어간다.
배가 불러서 차마 사먹지 못한 보리빵집도 있고
또띠아에 피자처럼 이것 저것 넣고 치즈 얹어서 말아주는 특이한 또띠아 호떡도 있었다.
그 다음 이중섭 미술관에 갔다가 서귀포 오는정 김밥 집에 서둘러 갔다. 전에 항상 미리 주문전화를 하고 갔는데 아직 이른 시간이니 가서 주문하고 기다렸다 받아오면 될 줄 알았다. 평일이고 화요일인데 무슨 일 있으랴...... 바람이 거센 서귀포 거리를 요리조리 걸어서 한참을 가서 친절한 폰네비가 가르쳐준대로 오는정 김밥집은 잘 찾아갔는데 저녁 8시 분량까지 주문 다 받고 이미 장사 끝났다는 것이다. 무슨 김밥집이 오후 5시도 안되었는데...... 못 먹고 와서 괘씸하다. 오는정 김밥.
또 다시 딸은 분노했다. 오늘은 맛집 두 탕은 뛰어야 하는데 오는정 김밥을 못 먹게 되어서 계획과는 다르니 점심 잘먹고 만족스러웠던 기분이 반감된다는 것이다.
다른 서귀포 바닷가를 김밥 먹고 더 돌기로 한 것은 취소,
딸의 식탐 본능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곧장 제주행 버스를 탔다.
그리하여 우리가 찾아간 곳은 제주보성시장 내에 있는 감초순대!
딸이 너무나 사랑하는 순대와 머릿고기를 한 접시 주문하고 순대국도 한 그릇 시켰다.
전엔 5천원이었는데 3년 지나고 왔더니 천 우너 올라서 6천원이다. 그래도 이 정도 음식에 이 가격이면 비싼 편은 아니니 맛만 좋으면 착한 맛집이다.
허영만의 식객에 등장했던 순대맛집이라 하여 순대를 특별히 좋아하는 딸을 위해 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여름방학 하자마자 곧장 비행기 타고 제주로 왔고, 가장 먼저 감초순대부터 찾아왔었다.
순대와 머릿고기 A세트는 10.000원.
순대만 나오는줄 알았는데 순대가 빠진 고깃국 한 그릇이 같이 나온다.
딸이 순대와 순대국을 즐기는데 비해 나는 거의 어쩔 수 없이 함께 먹는 편이고 순대국은 즐기지 않는다.
그런데 이 집 머릿고기는 쫄깃하고 정말 맛있고, 순대도 이 정도면 훌륭하다. 많이 먹으면 살짝 비린듯 하여 마늘장아찌랑 고추절임이랑 먹으면 꽤 먹을 수 있다.
아..... 그런데 시키지도 않은데 따라 나온 이 순대국 한 그릇은 배도 부른데 어찌 먹나 걱정했다. 그런데 한 숟갈 떠보니 국물이 어찌나 시원하고 구수하고 맛있는지 딸보다 순대국 한 그릇을 더 빨리 해치웠다. 밥은 없었기 망정이지 밥도 한 그릇 더 있었으면 배터질 뻔 했다.
콩나물이 들어간 건 알겠는데 국물을 어찌 만들었길래 이렇게 시원한지 추운데 돌아다니다 언 것 같은 몸이 완전히 녹는 기분이었다. 여태 딸 때문에 따라다닌 순대국집에서 남긴없이 다 먹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엔 내가 먹지 않는다고 내 몫의 순대국은 시키지 않고 맛도 보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진보니 또 제주에 가고 싶다. 제주에 내리면 가장 먼저 보성시장에 들러 순대국을 먹고, 버스타고 함덕 바닷가에 가서 서우봉해변을 산책하고 서귀포 들러서 갈치조림으로 맛나게 한 끼 더먹고 올레시장에서 오메기떡을 사서 밤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코스를 머리 속으로 무한 반복하고 있다. 이러다 보면 어느날 또 가게 되겠지.
이 밤에 뜬금없이 여태 즐기지 않던 저 순대국 한 그릇이 간절하다.
서귀포 쪽에 놀러갈 때마다 아침에 생선구이까지 나오는 정식을 7천원에 팔아서 인상적이었던 네거리 식당에 찾아갔다. 반찬도 먹을 만한 것만 나오고 그나마 관광지에 있는 식당치고는 바가지가 덜한 것 같아서 기억하고 있던 곳이다.
두번 째 갔을 때 이미 가게를 건너편으로 옮긴 뒤였고, 이번이 세번 째 방문인데 이번엔 놀라울 정도로 가게 인테리어가 달라져 있었다. 그간 장사가 잘 되었던 모양이다.
아침이라 간단한 음식만 먹었는데 이번엔 갈치요리 전문점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갈치국이나, 갈치조림을 먹어볼 참이었다.
갈치국을 주문하려니 딸이 호박들어간 갈치국이 생소한지 혼자 다른 메뉴를 먹겠다 한다. 그런데 갈치조림은 중 사이즈부터 주문 가능한데 중자가 45,000원이다. 살짝 망설여지는 가격이다. 중자 갈치조림을 시키면 세 명은 먹어야 할 것 같은데 둘이서 먹기엔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래서 2인분 이상만 주문받는다는 갈치정식을 주문했다. 갈치조림이나 비싼 갈치구이에 몸통을 쓰고 살짝 얇은 꼬리 부분을 이용해서 요리한다는데 1인분 12,000원으로 그나마 그 가게에서 정식 외엔 가장 저렴한 메뉴였다.
과연 갈치조림이 나왔는데 위에 무가 가득하다.
관광지여서 그러려니 하고 갈치 한 도막을 건져내고, 무 한 도막을 건져내서 먹다보니 우습게 볼 것이 아니다. 꼬리부위만 몇 조각 넣었지만 우리가 실망할 만큼 양이 적지는 않다. 무 아래에 둘이 반찬으로 먹기에 적당한 양의 갈치가 숨어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양념맛이 여태 먹어본 갈치조림 중에 최상의 맛이다. 무 하나 조차도 그냥 버릴 수 없었고, 뼈에 붙은 작은 갈치살 한 조각도 쪽쪽 빨아서 먹고 싶을 정도로 양념맛이 기가 막혔다.
3박4일이 5박6일로 늘어지는 바람에 경비지출이 많아지니 간 크게 한 끼를 비싼 걸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갈치정식을 먹었지만, 양념맛이 너무 훌륭해서 다음에 들르면 꼭 갈치조림을 먹기로 했다.
실망할 뻔한 점심을 극적으로 맛있게 먹은 우리는 다시 이중섭거리로 가기 위해 걷다가 올레시장을 만났다.
소화도 시킬 겸 올레시장 구경을 관광객 포즈로 슬렁슬렁 걷다가 사진도 한 장씩 찍고
플랭카드 붙은 떡집에서 먹고 싶었던 오메기떡도 한 팩 샀다. 많이 사가고 싶었지만 이틀이나 여행 일정이 더 남아서 떡이 변할까봐 그냥 그날 먹을 것만 샀다.
그런데 나중에 제주 동문시장에서 오메기떡을 사려고 하니 올레시장 떡보다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이 떡집에서 산 오메기떡은 살짝 달고 무난한 맛으로 다른 동네 떡맛이 익숙하다면 맛있게 잘 먹을 수 있는 맛이다.
너무 오메기떡 생각나면 택배로 주문해서 한 박스 사먹으려고 상호를 찍어왔다. 팥으로 둘러싸인 오메기떡을 유난히 좋아하는 내게 떡집은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배가 부른데도 떡을 보면 침이 넘어간다.
배가 불러서 차마 사먹지 못한 보리빵집도 있고
또띠아에 피자처럼 이것 저것 넣고 치즈 얹어서 말아주는 특이한 또띠아 호떡도 있었다.
그 다음 이중섭 미술관에 갔다가 서귀포 오는정 김밥 집에 서둘러 갔다. 전에 항상 미리 주문전화를 하고 갔는데 아직 이른 시간이니 가서 주문하고 기다렸다 받아오면 될 줄 알았다. 평일이고 화요일인데 무슨 일 있으랴...... 바람이 거센 서귀포 거리를 요리조리 걸어서 한참을 가서 친절한 폰네비가 가르쳐준대로 오는정 김밥집은 잘 찾아갔는데 저녁 8시 분량까지 주문 다 받고 이미 장사 끝났다는 것이다. 무슨 김밥집이 오후 5시도 안되었는데...... 못 먹고 와서 괘씸하다. 오는정 김밥.
또 다시 딸은 분노했다. 오늘은 맛집 두 탕은 뛰어야 하는데 오는정 김밥을 못 먹게 되어서 계획과는 다르니 점심 잘먹고 만족스러웠던 기분이 반감된다는 것이다.
다른 서귀포 바닷가를 김밥 먹고 더 돌기로 한 것은 취소,
딸의 식탐 본능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곧장 제주행 버스를 탔다.
그리하여 우리가 찾아간 곳은 제주보성시장 내에 있는 감초순대!
딸이 너무나 사랑하는 순대와 머릿고기를 한 접시 주문하고 순대국도 한 그릇 시켰다.
전엔 5천원이었는데 3년 지나고 왔더니 천 우너 올라서 6천원이다. 그래도 이 정도 음식에 이 가격이면 비싼 편은 아니니 맛만 좋으면 착한 맛집이다.
허영만의 식객에 등장했던 순대맛집이라 하여 순대를 특별히 좋아하는 딸을 위해 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여름방학 하자마자 곧장 비행기 타고 제주로 왔고, 가장 먼저 감초순대부터 찾아왔었다.
순대와 머릿고기 A세트는 10.000원.
순대만 나오는줄 알았는데 순대가 빠진 고깃국 한 그릇이 같이 나온다.
딸이 순대와 순대국을 즐기는데 비해 나는 거의 어쩔 수 없이 함께 먹는 편이고 순대국은 즐기지 않는다.
그런데 이 집 머릿고기는 쫄깃하고 정말 맛있고, 순대도 이 정도면 훌륭하다. 많이 먹으면 살짝 비린듯 하여 마늘장아찌랑 고추절임이랑 먹으면 꽤 먹을 수 있다.
아..... 그런데 시키지도 않은데 따라 나온 이 순대국 한 그릇은 배도 부른데 어찌 먹나 걱정했다. 그런데 한 숟갈 떠보니 국물이 어찌나 시원하고 구수하고 맛있는지 딸보다 순대국 한 그릇을 더 빨리 해치웠다. 밥은 없었기 망정이지 밥도 한 그릇 더 있었으면 배터질 뻔 했다.
콩나물이 들어간 건 알겠는데 국물을 어찌 만들었길래 이렇게 시원한지 추운데 돌아다니다 언 것 같은 몸이 완전히 녹는 기분이었다. 여태 딸 때문에 따라다닌 순대국집에서 남긴없이 다 먹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엔 내가 먹지 않는다고 내 몫의 순대국은 시키지 않고 맛도 보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진보니 또 제주에 가고 싶다. 제주에 내리면 가장 먼저 보성시장에 들러 순대국을 먹고, 버스타고 함덕 바닷가에 가서 서우봉해변을 산책하고 서귀포 들러서 갈치조림으로 맛나게 한 끼 더먹고 올레시장에서 오메기떡을 사서 밤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코스를 머리 속으로 무한 반복하고 있다. 이러다 보면 어느날 또 가게 되겠지.
이 밤에 뜬금없이 여태 즐기지 않던 저 순대국 한 그릇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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