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5
낮에 나간 딸이 자정이 넘어도 돌아오지 않는 긴 외출은 처음이다. 11시 넘어서 어디냐고 전화했더니, 술집인지 주변이 시끄럽다. 낮엔 친구들 만나서 카페에서 놀고 저녁 먹고 늦게 다들 모여서 술집에 가서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저녁 먹고 초저녁에 회식하고 끝내는 내 인생에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술자리와 비교하면 안 되겠지.
그래도 자정 넘어서 새벽 2~3시까지 하는 술집까진 동행하지 말고 2차에서 빠져나와서 새벽 1시 전엔 들어오라고 말하고 협상했다.
낮에 나갔다가 저녁에 돌아올 땐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밤늦은 시각까지 돌아오지 않으니 살짝 신경 쓰인다. 다른 면이 신경 쓰이는 게 아니라, 역시 나는 같이 살면서 혼자 시간이 주어지는 건 괜찮지만 아예 혼자 사는 건 견디기 힘들겠다는 일면이 느껴져서 신경 쓰인다.
혼자면 무슨 재미로 사나 싶다. 갖가지 반찬을 만들어놓고, 또 내일 이후에 해 먹을 메뉴를 생각하고 이런 일 자체도 혼자면 하지 않을 일이다. 사람 사는 맛 나지 않게 반려동물 사료 같은 간단한 음식만 목숨 유지용으로 먹고살게 될까. 거기까진 아니겠지만, 몇 년 동안 혼자 살아보니 정말 별로였다.
어차피 딸이 기숙사에 있었다면 내가 친구들 모임에서 늦게 오는지 마는지도 몰랐을 테고 기다리지도 않았을 거다. 밤에 어디냐고 전화한 일도 여태 한 번도 없었다. 누군가와 이어진 삶이란 머릿속 안테나를 켜서 멀리 있어도 뭔가 감지하기 위해 촉을 세우는 일. 이런 관계나 헤아림조차 딸이 없다면, 나에겐 다신 없을 일이어서 번거롭거나 귀찮지 않다. 귀한 경험이다. 돌아올 수 있는 자식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내일 먹을 밥을 한솥 해서 식혀서 냉장고에 넣으려고 그릇그릇 담아놓고 나니 졸음이 쏟아져서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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