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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5>

혼자 놀기

by 자 작 나 무 2025. 1. 24.

2025-01-24
도서관에 빌려온 책 중에 이 근처에 가볼 만한 곳을 한 번 훑어보라고 딸 책상 위에 갖다 놓은 책이 홀대받길래 그냥 가져왔다. 여기에서 가까운 곳에 가볼 곳으로 추천한 곳을 일단 정리해 본다. 가본 적이 없으므로 어떨지 전혀 알 수 없으니까, 일단 리스트를 비슷하게 옮겨놓고 시간 나고 마음 닿는 대로 발길 돌리는 것으로 정했다.

공주 · 부여 태안
공산성 청산수목원
송산리 고분군 천리포수목원
국립공주 박물관 신두리해안사구
마곡사 두웅습지
갑사 팜카밀레 허브농원
석장리 선사유적지 & 석장리 박물관 백사장항
계룡산 자연사 박물관 꽃지해수욕장 & 방포항
이안숲속 청포대 해수욕장
계룡산 도예촌 만리포 해수욕장
중동성당 별똥별 하늘공원
부소산성 안면도 자연휴양림 & 안면도 수목원
능산리 고분군 안면암
관북리 유적 몽산포 해수욕장 & 오토캠핑장
부여 정림사지  
백제문화단지  
궁남지  
국립부여박물관  
구드래 나루터 & 백마강 유람선  

 

 

*

내 딸 나이였을 때의 나를 떠올려보니, 그 나이에 PC통신하면서 전국에 있는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요즘 같으면 온라인 카페인 온라인 동호회에서 게시판은 물론이고 모임에 갈 수 있는 한 자주 참석하려고 노력했다. 불교동호회 모임에서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법회도 참석하고, 언젠가는 지금 살고 있는 중부 지방의 어느 사찰에서 밤새고 삼천 배 참회 기도에도 참여했다.

 

내가 알고 지은 죄, 모르고 지은 죄를 뉘우치고 거듭나겠다는 자세를 다잡는 자리였다. 어떻게 보면 지난해에 이사해서 살게 된 이곳이 아주 인연이 없는 곳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때 들락거리던 불교동호회 시삽이었던 분의 거처가 신탄진, 천안 등지여서 이곳에 버스를 갈아타고 몇 번은 왔던 곳이다. 이전의 삶이 전생이었다면, 다음생인 현재는 그때 발원한 곳으로 옮긴 셈이다. 이건 어떤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후에 딸이 생겨서 함께 이곳으로 옮겨왔으니 우연인 듯하면서도 어떠한 연결점은 짚어볼 만하다 싶어서 생각해 본다. 딸이 이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만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지만 다 알고 싶진 않다. 잘 놀다가 무사히 집에 돌아오면 그것만 확인하면 된다.

 

어제 우연히 둘이 대화하다가 명절에 며느리가 시댁에 오면 놀면서 빈둥거리는 꼴을 못 보겠다는 시어머니가 모여서 유튜브 찍은 것을 본 이야기를 딸이 꺼내서 아들 가진 부모가 하는 생각이 너무 어이없더란 말을 들었다. 그런 어이없는 생각으로 뭉친 시부모 만나서 시집살이 된통 해본 어떤 사람은 생각이 그래서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하더란 말까지 전해 들었다.

 

나도 그런 시월드에 들어가서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시집살이하고 싶지 않다. 둘이 좋아서 친구 삼아 연인 삼아 남은 인생을 동지로 서로 기대고 살아갈 사람을 만나는 것 외엔 다른 생각은 할 수 없다. 그런 사람이 아니면 누구도 내 인생에 끼어 들어올 수 없다.

 

현재의 나는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 이대로 잔잔한 삶을 이어가면 조금 외롭기는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고, 누군가 만나서 그 사람과 인생이 엮이면 생각보다 감당할 것이 많아질 것 같아서 차라리 외로운 게 나은가 싶기도 하다. 아플 때 나를 이끌고 병원에 함께 가줄 사람, 약 사다가 가져다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나도 역시 그 사람에게 그 정도는 해야 할 것이고, 그 이상의 뭔가를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바라는 게 많으면, 나는 그보다 더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자신을 점검하고, 더 다스리고 낮추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이 시점에서 내 숙제다. 여태 만나지 않아서 사는 데 지장 없었으니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일시적 동거인인 딸은 때가 되면 나와 삶이 완전히 분리될 것이고, 나는 어떤 형태로 이 사회와 관계를 지속할지 선택해야 한다. 여태 20여 년 간 최소한의 인간관계만 유지하고 넘치지 않았을 때 평온한 삶을 유지했고,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자잘한 감정적 동요는 개꿈 같은 악몽을 꾸고 깼을 때, 꿈인 줄 알면서도 너무나 생생했던 장면에 감정이 실려서 잠시 겪는 어지럼증 같은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므로,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다 가라앉는다.

 

가라앉지 않는 것은 내가 집착하는 어떤 부분이다. 잔잔하게 아름답고 따스한 느낌이 들었던 어떤 순간, 그 장면을 떠올리면 살아있는 것 같은 활기와 역동적인 감정이 휘몰아치는 느낌이 늘어지는 삶에 활기를 더해준다는 착각 같은 생각. 그런 정념 없이 삶은 지루하고 처절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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