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6
모닝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려본다.
연휴 내내 집안에 갇혀 있게 될 확률이 높아서 어디든 다녀오고 싶지만, 늦게 잠들고 아침에 깼다가 다시 잠들어버리는 습관이 생겨서 잠에서 깨면 점심 때가 넘는다. 챙겨서 나가려면 빨라도 오후 3시나 되어야 겨우 일어설 수 있다. 일찍 나서야 활기가 생기는데 그 시간쯤엔 의지가 꺾인다. 햇볕이 좋을 시간에 밖에 있는게 좋은데 그러기 힘든 나쁜 습관이 든거다.
어제도 그랬다. 어디라도 혼자여도 바람 좀 쐬고 오려고 나서려다가 딸에게 "백제로 가자~ 부여 아울렛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아울렛에서 다녀가라고 광고 문자를 보내서 우스개로 한 말이었다. 돈도 없는데 뭘 사러 가느냐고 하지만, 꼭 물건을 사야 제맛인 건 아니다. 그곳에 간다는 핑계로 같이 밖에 나가서 오가는 차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 게 좋다.
쇼핑몰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면 자연스레 걷게 된다. 그래서 며칠 갇혀 있던 몸을 끌고 나가서 좀 걷기라도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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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현대 아울렛에 갔다가 매장에서 구경한 소파보다 좀 나은 것 같아서 온라인 쇼핑몰 열어서 결제한 소파가 오늘 도착했다. 거실에 소파 놓을 자리에 두었던 많은 물건을 급히 치우고 소파가 자리 잡으니 이제야 거실이 제 역할을 할 것 같다. 널찍하니 좋은 3인용 가죽 쇼파가 제자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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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늦게 잠들어서 새벽에 깨보니 5시다. 11시 쯤에 밥통에 보온으로 밥 한공기 분량의 밥을 넣고 간편하게 티백으로 식혜를 할 수 있게 엿질금 포장된 팩을 넣었다. 6인용 밥솥이어서 적은 분량으로 밥알을 삭히고 여섯 시간 지난 새벽 다섯 시에 그걸 솥에 설탕 넣고 끓이면 식혜가 되니까 그 시각에 깨서 식혜를 완성하고 다시 잠들었다.
거기까진 좋았다. 아침에 소파 배송 때문에 전화 받고 깨서 주섬주섬 치우다보니 외출할 때 끼는 안경을 어디에 벗어뒀는지 찾을 수가 없다. 컴퓨터 앞에서 쓰는 전자파 차단용 안경은 책상 맡에 두니까 찾기 쉬운데, 평소에 끼는 안경을 찾지 못해서 현재 '멘붕' 상태다. 이럴 때 쓰기 적합한 용어가 바로 '멘붕'이다.
아침에 다른 동네에 배송하면서 실수로 내게 전화를 잘못 건 배송 기사가 일찍 전화한 덕분에 잠 깨서 식혜도 한 그릇 먹고, 커피도 한 잔 내려서 마셨다. 그런데 아직까지 내 안경을 찾지 못했다. 통영에서 아주 비싼 값을 치르고 주문해서 맞춘 안경인데..... 이 동네에서 새로 안경을 맞추면 어디로 가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뭔가 새로운 것을 다시 하려면 옛것을 잊어야 가능하니 이게 그 시작일까?
그 안경 없이는 멀리 있는 물체가 거의 보이지 않으니 외출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안경을 맞추기 전에 끼던 안경이 하나 있는데 새로 안경 맞추고 버리지 않아서 가지고 있으니 그걸 쓸 수는 있다. 집안에서 잃어버렸으니 차분하게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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