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흐르는 섬 <2025>/<2025>

또....

by 자 작 나 무 2025. 2. 12.

2025-02-12

눈이 펑펑 쏟아지는 아침, 시야가 부옇게 흐려서 보이지도 않는 길을 한참 달려서 고속도로 타고 충남 **군에 면접을 보러 다녀왔다. 내 나이를 문제 삼았다. 밤 11시 반까지 야간자습하는데 그 시간까지 담임은 다 있어야 한다는 말을 꺼내며 그걸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매일은 그렇게 하기 어렵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덕분에 나는 불합격.

 

어떻게 매일 밤 11시 반까지 자습하는 학생들 곁에 담임이 있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합격해도 어려운 일이니 잘 됐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일자리가 정해지지 않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 

 

 

*

이른 아침 먼 길 다녀와서 피곤한데도 저녁에 공고를 확인하고 다시 자기소개서를 고쳐 쓰기를 반복했다. 온라인 접수 시스템에 접속해서 온라인으로 지원서를 입력하고, 또 다른 지역 공고에 맞춰서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또 썼다. 오늘 한 곳에 지원했으니 그 지원서는 내일 접수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해가 갈수록 나이 때문에 자꾸만 걸리니까 딸에게 얼른 취업해서 나를 먹여 살리라고 종용했다. 매년 이렇게 번거롭게 일자리를 새로 구하는 삶을 이어가며 부족하지 않게 네 삶을 지원해 주려고 이렇게 애썼다는 걸 그간은 잘 몰랐을 테다. 아주 먼 지역에 지원서를 넣고 방도 구해야 하니 지역을 둘러보기도 할 겸 해서 면접 보러 갈 때마다 딸과 동행했다.

 

내 삶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는 것을 딸이 이제 겨우 곁눈질로 본다. 쉬웠던 적이 있었던가......

 

지원서를 넣어도 서류 전형에서 떨어지는 게 반 이상이다. 나이에서 제일 먼저 걸리는 거다. 

 

 

'흐르는 섬 <2025> > <2025>' 카테고리의 다른 글

2. 13  (0) 2025.02.13
AI 프로필 사진 놀이  (0) 2025.02.13
허리띠 졸라매기  (0) 2025.02.09
선물받은 차  (0) 2025.02.09
점검  (0) 2025.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