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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5>/<2025>

점검

by 자 작 나 무 2025. 2. 9.

2025-02-09

 

온라인 카페 게시판에서 간혹 '옛날'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지나간 시절에 관한 사진과 글이 올라오면 많은 이들이 그에 따른 소감을 글로 붙인다. 아주 어린 시절엔 종종 보았을까, 혹은 그전 세대가 어릴 때 보았던 이 사회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통해 물질적으로는 정말 많이 발전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때가 더 좋았다는 말을 붙이는 이들의 감정에는 그때보다 물질적 풍요를 누리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은 일을 더 많이 겪고 있다는 생각이 담겼을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현재 혹은 미래에 내 삶에 방해가 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지혜를 얻기 위함이다. 혹은 바쁘고 힘들게 쫓기는 현재에 비해 내가 생활을 주도하지 않던 수동적인 자리에 있었을 때 상대적으로 단순한 고민과 평온한 일상을 반복하는 것에 익숙해서 괜찮았다고 기억하는 까닭에 뒤를 돌아보기도 한다.

 

기억할 때마다 당시의 사실을 현재에 맞게 바꿔서 기억하는 장치가 작동하여 기억하는 시점에 따라 과거는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채색될 수 있다. 그 시점에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조차 그러한데 시간이 지나서 떠올리는 기억은 더 그런 경향성이 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

 

*

딸이 친구 만나러 나가고 혼자 있으니 조용하고 편안하기는 하지만, 전날 이틀에 걸쳐서 딸의 절친과 1박 2일 이 지역 여행을 하며 즐겁게 놀아서 상대적으로 기분이 가라앉는다. 지금 이 순간의 안온함을 그저 혼자 살아남아서 느낀다면 그 자체로 얼마나 효용가치가 있을 것인가 생각해 본다. 

 

나는 함께여서 좋았던 것뿐이다. 그게 더 큰 힘으로 작용한다. 함께 뭔가를 누릴 때 행복하다. 나와 딸 단둘이 안온한 일상을 누리고 주변의 이웃이 불행한 삶에 찌든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안온함이 마냥 행복하지 않고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 같다. 내 행복은 최대한 많은 이들이 일상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고통에 시달리지 않는 삶 속에 느껴지는 감정이다. 

 

내 생존을 위해 생계를 꾸리는 활동을 할 것이며, 그게 나를 비롯한 주변인의 삶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지탱하는 것에 미미한 도움이라도 되는 일을 선택할 것이다. 그것이 나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많은 이들에게 알게 혹은 모르게 받은 많은 것을 갚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더 펼치기 보다는 정리하는 수순으로 삶을 살기로 결심한 이후에 삶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움츠리고 긴 겨울을 보내는 심정으로 언 땅이어도 뿌리를 박고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삶에만 집중하여 살았다. 내 목소리를 내도 좋을 때는 단순한 내 생각이 아닌 책임질 수 있는 정제된 말을 힘 있게 뿌리고 그 외는 침묵하는 선택을 한다. 내 몫이 아닌 일에 끼어들어서 잘 된 일이 없다. 필요 이상으로 과한 것은 오지랖이다.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가장 핵심 존재인 딸이 앞으로 혼자 살아남는 데에 큰 문제가 없는 지점까지 내가 생존할지 알 수 없지만, 적정선까지는 이 삶이 고달파도 견딜 것이다. 그 상황에서 벗어나면 언제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딱히 혼자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여행을 즐기고, 이런저런 것을 즐기며 살겠다는 욕망조차 내겐 무의미하다. 

 

해가 바뀌었으므로, 내 생각이라는 것이 어떻게 변했는지 점검해보는 차원에서 기록한다. 생각은 변하기 마련이니까.

 

 

*

어제는 아주 익숙한 그 동네 바닷가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리조트 사우나에 평일 오후에 가서 따뜻한 욕탕에 몸을 담그고 몸에 쌓인 피로를 녹이는 상상을 했다. 코로나 19가 창궐한 이후에 몇 해 동안 목욕탕에 한 번도 가지 못하고 지내다가 4년 만에 목욕탕에 가게 되었을 때 느낀 따뜻한 물의 위로가 그리웠다.

 

 

*

달달한 감정을 사치품인듯 경계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현실이라고 느낄 만큼 한동안 나약하고 군더더기 많은 자잘한 욕심 덩어리로 살았다.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던 많은 것에서 생각을 분리해서 있는 그대로 인식하면 문제없던 것이 사심이 붙어서 종종 그렇게 괴로웠던 거다. 

 

그러한 즐거움이 내 곁에 더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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