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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5~2029>/<2026>

내일이 오면.....

by 자 작 나 무 2026. 4. 30.

2026-04-30

 

연휴 첫날, 좋아하는 꽃과 나무가 많은 곳으로 가기로 했다.

하루쯤 그렇게 쉬고 나면 며칠은 더 버틸 힘이 생길 것 같다.

가고 싶은 곳은 많지만

요즘은 마음보다 몸이 먼저 한계를 말한다.

 

어제 퇴근하고 피곤한 상태로

딸과 함께 어딘가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신호등이 바뀌는 것도,

그 자리에 신호등이 있다는 것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그대로 차를 몰고 지나갔다.

순간, 옆에 있던 딸이 놀라서 나를 불렀고

이어 조금 화를 냈다.

 

그 목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그제야 현실로 돌아온 것처럼 상황을 알아차렸다.

피곤하다는 말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어딘가 비어 있는 상태였던 것 같다.

 

딸의 놀란 마음이 먼저 느껴졌고,

그다음에야 내가 얼마나 위험한 순간을 지나왔는지

늦게 실감이 났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다행이면서도 그만큼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어쩌면 요즘의 나는 생각보다 더 많이 지쳐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바다가 보이는 수목원에 가서

숲에 그대로 몸을 맡기고 한참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고 싶다.

굳이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시간이 나를 재촉하지 않는 하루.

 

문득 이렇게 환하게 빛나는 계절에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사라져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스치듯 지나간다.

 

아주 오래전, 스무 살이 되던 해의 봄에도

비슷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때도 지금도 완전히 같지는 않겠지만,

어쩌면 나는 계절이 가장 밝아질 때마다

조금씩 나를 비워내고 싶어지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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