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섬 <2020~2024>/<2023>260 에베레스트 2023-12-24 2023. 12. 24. 눈이 온다는데….. 눈이 안 떠져서 친구가 전해준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다시 잠들 것 같다. 친구가 산타할아버지라고 쓴 부분에서 순수함이 느껴져서 웃음이 났다. 눈이 저 정도 내려서 쌓이는 건 10년에 한 번쯤. 그래서 오늘 내려 쌓인 눈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느끼는 건 내 어릴 적 생각과 비슷하다. 그런 감정 표현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눈이 온다고 해도 즐기러 나갈 체력이 안 돼서 이불 안에서 휴대폰 잡고 눈만 내밀고 있다. * 어제 하행길 고속도로에서 5중 추돌 사고가 났고, 그 사고로 인해 딸을 태운 내 차도 고속도로에서 오래 정차해 있었다. 그전 휴게소에서 두 번째 휴식을 취하고 와서 사고 현장에서 사고 수습하는 동안 기다린 30여 분의 시간이 그리 초조하진 않았다. 사고에 휩쓸려서 그 현장에 있을 수 있.. 2023. 12. 24. 미리 크리스마스 여행(?) 2023-12-23 이사할 동네에 가려고 어제 퇴근하고 그 동네 언저리까지 가서 하룻밤 묵었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하룻만에 다녀오기엔 피곤할 터라 전날 저녁에 근처에서 자고 낮에 일 보고 저녁에 돌아왔다. 2023-12-22 저녁 먹으러 갔던 이 음식점에 더러 가게 될 것 같다. 딸이 이 집 음식이 마음에 든단다. 2023-12-23 전날 밤에 이 쇼핑몰 근처에 숙박해서 체크아웃 하고 커피 마시러 간다는 핑계로 그 건물에 들어갔다. 내 몸은 몹시 피곤한 상태로 몇 시간씩 운전해야 하니까 카페인이 들어가야 피곤함을 잠시 속일 수 있다. 기분 좋으신 우리 따님,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취해서 기념 사진도 한 장 찍어주시고~ 사진 못 찍는다고 불만 한 사발..... 그러거나 말거나 이사할 집 위치와 구조를.. 2023. 12. 23. 12.20 따뜻한 곳에 여행이나 갔으면 좋겠다. 지친다..... 매일 잘 견디고 하루를 넘겨도 다음날은 또 새로운 일이 생겨서 시험대에 오른다. 나는 참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구나....... 다 채우거나 완벽해지려고 애 쓰며 내게 상처 내지 말고 입 다물고 부족한 대로 살아야 할까? '정의 없는 평화' '평화 없는 정의' 둘 중에 한 가지만 고르라면 '정의 없는 평화'는 싫다고 말하겠다. '평화 없는 정의'가 좋다가 아니라, '정의 없는 평화'가 싫다. 그게 정말 평화야? 2023. 12. 20. 어제, 오늘 뭉친 감정 덩어리 며칠 전에 침실로 쓰는 방 천장 가운데에 붙어있던 십자형 LED 등기구가 툭 떨어졌다. 갑자기 천장에서 뭔가 푹 떨어져서 대롱거리니까 조금 놀랐다. 전선 연결한 게 매달린 상태로 곧 바닥으로 떨어질 기세였다. 해결할 방법을 바로 찾는다. 높은 의자를 찾아서 천정에 나사로 연결한 부분에 다시 끼워서 고정했다. 일요일이어서 일찍 자려고 누웠다. 두 번째는 등기구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플라스틱인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등기구의 성분이 자잘하게 부서져서 흩어졌다. 잠을 못 자는 게 큰 문제여서 일찍 자려고 약을 먹은 상태였는데 잠결에 스탠드를 찾아서 켜고 청소기로 잔해를 쓸어 담았다. 일요일 밤부터 오늘까지 스탠드를 켜놓고 지낸다. 천정에 삐죽 나온 전선과 새 등기구를 연결하려면 높은 의자를 두고 작업을 하더라도.. 2023. 12. 20.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여러 전생을 기억한다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를 봤다. 태어날 때마다 전생을 일일이 기억한다면 머리가 얼마나 복잡하고 피곤할까. 이번 생의 일과 인연도 다 기억하지 못하고 필요에 따라 혹은 필요해도 기억이 아득하게 가라앉는데...... 돌고 도는 생의 많은 일과 인연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 시스템은 얼마나 다행인가. 언젠가 이전 생이 있다면 그 기억 속에 현생에서 풀지 못하는 인연의 꼬인 부분을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연령 퇴행 최면을 해본 때가 있었다. 찾기를 원하는 기억에만 접속하는 비법도 알지 못하고 혹여 스치듯 보고 느낀 것이 있다고 하여도 그게 꿈이 아니라고 증명할 방법도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경험한 것이 일종의 환각 혹은 환상으로 추론할 장면이었어도 그것을 본 다음에.. 2023. 12. 17. 환기 기분 꿈속에서 느낀 고통이 너무 생생해서, 깨어있는 순간에도 그 고통이 잊히지 않을 때가 있다. 감정의 환기가 필요하다. 차라리 다시 잠들어야겠다. 기분은 날씨와 비슷하다. 본바탕인 하늘은 혹은 우주는 변함 없는데 바람따라 구름 꼈다가 비 내렸다가 천둥 치는 순간도 있다. 기분은 단지 그런 것이고, 기록은 사진 찍는 것과 비슷한 거다. 기분 그림. 써서 간직하는 게 아니라 버리는 거다. 2023. 12. 17. 수삼 셰이크 폭망 월 초에 마트에서 씻은 수삼에 40% 할인이라고 붙은 가격표를 보고 나도 모르게 한 통 사 온 게 있었다. 지난주엔 꽤 큰 수삼을 채 썰어서 그대로 먹기엔 과해서 찹쌀가루 반죽을 입혔다. 프라이팬에 부쳐서 감자채 전처럼 먹거나 확 익혀서 감자튀김처럼 먹거나 되는 대로 먹으려고 팬에 넣어서 기름에 익혔다. 의외로 수삼채전은 감자튀김 못지않게 맛있었다. 오늘 냉장고 문을 무심히 열었다가 그때 산 수삼이 거의 80%나 남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으로 부쳐먹으니 생각보다 맛있었다. 그 기억 때문에 수삼을 감자채 썰듯이 썰었다. 썰다 보니 뭔가 기름에 튀기거나 부치는 게 귀찮다. 그릭요거트를 넣고 갈아서 먹으면 어떨까? 어쩐지 조합이 뻑뻑할 것 같아서 까먹기 귀찮아서 까다가 놔둔 메로골드 자몽을 까서 몇 개 .. 2023. 12. 17. 12.17 2023-12-17 아침에 달걀 6개를 깨서 다진 당근과 파를 넣고 달걀말이를 만들었다. 어젯밤에 잠들기 전에 생각한 대로 만들어서 어제저녁에 찐 양배추, 고구마를 곁들여서 아침으로 먹었다. 새로 주문한 원두를 갈아서 커피 한 잔 내려서 마시고 나니 부러울 게 없다. 밤에 잠들기 전에 문득 도시락 반찬으로 가장 자주 내 도시락통에 담겨 있었던 이런 달걀말이가 떠올라서 그걸 만들어서 먹고 싶었다. 며칠만 지나면 딸이 기숙사에 나가서 살던 짐을 다 꾸려서 집으로 돌아올 것이고, 다음 달 초에 방학하면 이곳 일은 다음 달 내로 정리될 것이다. 계획은 그러하다. 이달 안에 생기부를 다 쓸 수만 있다면. 오늘도 그 일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출근하지 않는 날에 그런 일에 매달려서 머리 아픈 게 싫다. 오늘은 혼자.. 2023. 12. 17. 식욕 폭발 목요일 저녁에 사우나에 다녀온 뒤에 긴 머리카락을 숭덩 잘라냈다. 숱가위로 긴 머리카락을 무작위로 밴 뒤에 길이를 잘라냈다. 잘못 자른 부분을 또 자르고 다듬다가 보니 생각보다 더 짧아졌다. 며칠 사이 감정 조절에 실패하여 폭식하고 배만 볼록 나오는 결과를 얻었다. 갱년기 다 지나갈 때까지 이럴까? 이 동네에서 떠나고 나면 괜찮아질까? 아~ 궁금하네~ 식욕이 폭발해서 저녁에 찐 고구마, 찐 달걀, 찐 양배추를 엄청나게 먹었다. 코끼리가 먹는 만큼 풀을 먹는다면 그게 살 안 찌겠어? 오늘 관광택시 기사처럼 따님 모시고 이리저리 다녔더니 기분은 좋은데 몸은 피곤하다. 딸을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돌아와서 혼자 있으니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오랜만에 집에 와서 잔다고 대놓고 방귀를 어찌나 뀌는지..... 에이.. 2023. 12. 16. 나의 비타민 어젯밤에 잠들기 전에 오늘 아점을 어디서 먹을 것인지 합의한 바에 의하면, 해물된장을 맛있게 끓여주는 푸줏간에서 돼지갈비를 먹기로 했다. 고기가 먹고 싶은 게 아니라, 그 집에 고기 먹은 뒤에 주는 해물된장이 기가 막히게 맛있어서 그 된장과 밥 먹는 게 우리의 목표였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늦잠 잔 딸은 어젯밤에 먹은 음식이 너무 푸짐해서 배고프지 않다고 한 발 뺀다. 나는 옷에 고깃집에서 나는 냄새가 배는 게 싫어서 슬쩍 한 발 뺐다. 그러다 집 근처 돼지국밥 맛집에서 다시금 목적지는 거제 오색집으로 옮겨갔다. 매번 낙지볶음만 주문했는데 오늘은 해물된장을 주문했다. 된장이 나오기 전에 반찬을 거의 다 해치운 뒤에 2인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넉넉한 양의 해물된장 뚝배기를 받았다. 다시 채워주신 반찬 그릇.. 2023. 12. 16. 딸 시중 오늘 비 와서 기숙사 짐 옮기는 건 내일 하겠다더니 오늘 모시러 오란다. 퇴근하고 곧장 출동~ 동네 튀김덮밥집에서….. 딸이 먹고 싶다는 메뉴를 함께 먹었다. 장어와 제철 생선 튀김, 갑오징어, 새우, 가지, 단호박, 연근, 김, 꽈리고추. 튀긴 달걀을 넣고 간장에 쓱쓱 비벼 먹는 밥. 우리 집 근처에 있어서 가끔 가는데, 딸이 다른 곳에서 튀김덮밥을 먹어보니 이 집이 튀김이 맛있더라고 평가했다. 아침에 깨어보니 잠결에 일기를 쓰다가 잠들었다. 나의 기록 본능 재발견. 2023. 12. 15. 냉탕과 열탕 사이 2023-12-14 봄비 같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목요일 목욕탕 가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날 물속에 푹 잠겨서 안테나를 꺼버리는 거다. 온탕은 미지근하다. 체온보다 1도 정도 높은 온탕이 미지근하게 느껴져서 44도로 데워놓은 열탕에 들어갔다. 곧 껍데기가 익겠다는 느낌이 확 들기 일보직전에 냉탕으로 건너간다. 들어가는 순간 으스스한 느낌만 견디면 그리 차갑지 않은 냉탕에서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어언 4년 만에 목욕탕에 다시 가게 되었다는 일기를 쓴 게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닌데 그 사이에 세 번째 갔다. 집에서 샤워를 못해서 목욕탕에 가는 게 아니다. 단순히 씻기 위해서 가는 수준이 아니라 따뜻한 물에 담그고 물이 주는 위안을 받는다. 오늘은 냉탕과 열탕을 몇 번 오가면서 몸과 마음에 생겼던 자잘한 .. 2023. 12. 14. 날씨 탓 무릇 12월 중순인데 봄날씨다. 하늘이 맑고 오늘은 시야가 좋아서 출근길이 눈부셨다. 속이 문드러지는 일은 시시각각 생기지만, 그 와중에도 봄날처럼 종종 심장이 뛴다. 빈속에 커피를 마신 탓에 카페인이 들어가서 심장이 발랑거리고, 아무도 없는 빈 사무실에서 이때다 싶어서 더러운 바닥에 빗자루질을 하면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오는 피로감에 온몸이 뻐근해지면서 순식간에 봄날의 꿈속으로 빠져든다. 출근길 신호 대기 중에 혼자 웃기는 상상을 하다가 소리 내어 웃었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없을 만큼 잠이 일찍 깨서 내내 몽롱한 상태로 있었더니 급기야 눈 뜨고도 꿈을 꾼다. 날씨 탓이야. 도대체 12월에 이렇게 따뜻하면 어쩌란 말이야. 자꾸만 꽃놀이하러 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나이를 잊고 철없이 연애하고 싶은 12월.. 2023. 12. 13. 순간 그 순간 외엔 아무 의미 없다. 내 생각이 그걸 놓지 못했을 뿐. 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행동을 반복한다고 표현하지만, 그들은 얇은 생각, 들키지만 않으면 규칙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다. 상상만 해도 소화불량 10대는 무슨 짓을 해도 되는….. 그냥 지나가는 것조차 속이 부대낀다. 눈을 감아도 보이고, 귀를 닫아도 들리는 이 세계의 불협화음과 균열을 20대에도 느꼈다. 그것도 이 지역에서. 30년 전에도 내 능력 밖의 일이라고 체념하고 돌아섰던 그 자리에서 비슷한 통증을 경험한다. 해결하지 못할 일에 매달리지 않겠다. 이 일로 생긴 내 몸과 마음에 쌓인 독소나 빼내자. 잘하려고 애쓰지 말 것! 나는 아무것도 아니고, 그들은 허상이다.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다. 유령처럼 이 시공간을 통.. 2023. 12. 12. 월요병 나는 아직 멀었다. 피곤하면 화를 다스리지 못한다. 피로감이 엄습할 땐 입 다물고 자야 해. 실망스럽다. 조금 나아졌는가 싶었는데, 어떤 조건에 노출되면 분노한다. 이사하고 나면 좀 나아질까...... 이곳에서 멀어지면 좀 나아질까...... 다른 환경에선 이렇게 실망스러운 나와 마주한 월요일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찾아봐야겠다. 조건과 상황의 조합이 반복되는 건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원하는 만큼의 변화와 성장을 이루지 못한 까닭이겠지. 여기에서 벗어나려면 이 조급하고 좁은 생각의 틀을 깨야한다. 생각이 아니라, 감정이 오작동한 실패작.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할지 자고 나서 다시 생각하자. 힘들 땐 그냥 자야지. 2023-12-11 2023. 12. 11. 12.11 2023-12-11 월요일. 어제 김장했다고 김치를 가져가라던 친구집에 오늘 퇴근길에 들르기로 했었다. 그런데..... 오후에 생긴 머리 아픈 일이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얼마 남지 않은 이 동네 일은 또 나를 끔찍한 월요일의 수렁으로 안내했다. 내일 여행을 떠나게 된 친구네 막내딸을 만나서 잘 다녀오라고 용돈이라도 주고 인사했어야 했는데...... 힘들어서 집으로 와서야 생각이 났다. 통화하고 해야 할 일은 했지만, 오랜만에 그 집 막내딸 얼굴을 보고 왔더라면..... 그 집 막내가 건네주는 김치를 받아왔더라면...... 오늘 내 삶이 다르게 마무리 됐을 텐데...... 지하로 꺼져들어가는 듯 눈앞이 흐려진 빗길에서 주저하다가 집 근처까지 와버렸다. 뒷좌석에 던져놓은 우산을 꺼내기도 싫고, 자리에서 일어나.. 2023. 12. 11. 안경 바꾸러 나갔다가..... 2023-12-10 일상을 기록하는 일은 이쯤에서 접어야겠다. 올해 남은 기간에 책임져야 할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이삿짐을 꾸리는 것까지 순조롭게 해내려면 자는 시간도 아껴야 할 지경이다. 며칠 쉬었다고 기분은 한결 나아졌다. 책 읽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서 눈을 혹사하면서 눈 관리를 하지 않았더니 책 몇 장 읽지도 않고 눈이 뻑뻑하고 머리가 아픈 일이 자주 생긴다. 최근에 이게 노안인가 싶은 경험을 하고 문서를 읽는 게 두려워졌다. 한동안 딸과 통화할 때마다 징징거렸다. 앞이 깜깜하다고..... 그 하소연 덕분에 오늘 딸을 만났다. 안경 벗으면 잘 안 보이니까 네가 와서 꼭 봐줘야 한다고 엉겨 붙었더니 딸이 오늘 시간 내서 와줬다. 안경원에 같이 가기 전에 맛있는 점심부터. 이 동네는 장어구이 기본.. 2023. 12. 10. 이전 1 2 3 4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