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달려오느라
생각보다 많이 지쳤다.
이걸 인정해야
비로소 지금의 나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감당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져서
어느 순간부터는 버티는 데만 힘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차를 타고 가다가
내 앞에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사람이 있는 걸 보고도
한 박자 늦게 멈췄다.
몸보다 머리가 더 늦게 따라오는 느낌.
피곤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조금은 둔해진 상태.
이쯤 되면 다시 돌아오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손을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지고 싶지만,
나를 대신할 사람이 없다.
잠깐 기대어 쉴 자리가 없다.
나는 그곳에 가서, 하루쯤 머물다 조용히 돌아오고 싶다.
잠깐이라도 멈춰 서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딸은 함께 가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반드시 그날 안에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이상하게 그 경계가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나는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고,
딸은 제자리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
글을 쓰다가 문득 알게 된다.
생각보다 훨씬 오래, 무리해서 버텨왔다는 것을.
지금의 나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겨우 균형을 잡고 있는 상태에 가깝다.
겉으로는 멀쩡하게 흘러가지만,
조금만 기울어도 금세 쏟아질 것 같은 그런 순간 위에 서 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자
괜히 마음이 약해져서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고인다.
견디고 있다는 것과 괜찮다는 것은
서로 다른 말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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