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30
며칠 쉬는 시간이 생기니까
이제야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게 된다.
이팝나무꽃이 환하게 핀 걸 보다가
이맘때면 꽃이 터널처럼 이어진다던
근처 수목원이 문득 떠올랐다.
이제는 네비게이션 주소록에서도
이름조차 사라져버린 금강수목원.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큰 나무나 숲이 그리울 때면
가끔 찾아가야지 하고 마음에만 담아두던 곳인데
그렇게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다.
이 동네에 와서
처음으로 걸어봤던 길,
몇 번이고 다시 찾았던 곳,
그리고 먼 데서 나를 찾아온 사람과
처음으로 나란히 걸었던 장소.
이젠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됐다.
다시 연락하지 않게 된 어떤 인연처럼
어느 순간 문이 닫혀버린 자리.
좋았던 기억만 잘 모아서
그대로 남겨두라는 뜻처럼
그 길도 그렇게 조용히 닫힌 것 같았다.
그땐 나도 어쩔 수 없었고,
그 인연도
그렇게 스쳐갈 수밖에 없었겠지.
지금 와서야
조금 덜 아쉽게,
그때를 그렇게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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