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 오전엔 지영이 학교 가는 길에 따라나서서 아침 산책길을 따라 한 시간 가량 걸었다. 평소엔 저 다리 위를 건너는 길로만 다녔는데 그날은 똑같은 코스가 지루해서 더 먼 길을 둘러서 걸었다. 어릴 때 살던 집터가 있던 곳까지 왔다. 해저터널 옆에 집이 있었다. 지금은 도로에 편입되어 자취도 없는 곳. 차라리 그 집이 헐려지고 없는 게 추억하기 좋다. 이 나무는 내가 어릴 때도 있었다. 아주 작은 나무를 새로 심어놓았고 주변엔 관리가 제대로 안된 흙무더기만 있었는데 이젠 정리를 잘 해놓았다. 꽃이 피기 전까지는 이 나무가 은목서인지도 몰랐다. 은목서 향기가 화사하게 번지는 이 길을 걸으며 잠시 유년 시절 이 길을 걸었던 때를 기억해보았다. 이 길을 지나서 학교에 다녀오곤 했다. 집 앞 도로변에 있는 바닷가쪽 길을 걷기도 하고, 집 뒤로 나 있던 이 길을 걷기도 했다. 그때는 여기 심어진 나무가 호랑이발톱나무인줄 알았다. 이곳에 있던 우리집이 헐려진지 20년이 지났다. 지나고보니 20년도 금세 지나간 것 같다. 스무 살 이후로는 시간이 금방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 스무 살까지는 하루가 일 년처럼 느껴지는 날도 많았다. 저렇게 은목서가 자라 꽃을 피운 것을 보니 정말 감회가 새롭다. 내가 사는 섬에서 다리를 건너 다시 섬으로 건너오는 길에는 해저터널을 지나왔다. 다시 바다가 보인다. 아침에 말간 하늘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햇빛이 아직 강하지 않은 시간이니 달도 그대로 보인다. 점심을 먹고 다시 바깥으로 나왔다. 자전거 도로가 있는 바닷가에 나가면 평일에는 한적해서 혼자 걷기도 좋다. 흰 돛을 단 저런 요트를 타고 섬 사이를 지나면 육지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들이 보일 것이다. 언젠가 어릴 적에 작은 유람선을 타고 섬 사이 사이를 돌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 본 아름다운 풍경들이 잊혀지질 않는다. 지금은 그런 코스를 도는 유람선은 다니지 않는다. 커피 마실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조업하는 부부가 탄 배 주위로 갈매기들이 노닌다. 보온병에 가득 담아온 커피를 한 잔 부어서 하늘과 바다와 함께 마신다. 야외 까페 중에 여기가 제일이다. 혼자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다 커피 한 병을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며칠 전 이곳에서 요트 대회를 했다. 그래서 아직 요트 선착장엔 요트들이 많았다. 저런 요트를 타고 바다 위를 자유롭게 다니는 느낌은 어떨까..... 수요일은 물처럼 자유롭게 떠도는 날. When I Dream - Carol Kid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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