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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길 위에서<2021>12

천암산에서 본 풍경 10월 13일 시험 기간이어서 오후에 조퇴 내고 천암산에 다녀왔다. 꽤 퍽퍽한 오르막을 한참 지났다. 동료가 건네준 등산 스틱 하나를 의지해서 올랐다. 고작 작대기 하나도 이렇게 의지가 되는데, 한 시간 가량 걷는 산길이 아니라 앞으로 50년 넘게 살아남아야 할 인생에 함께 걷는 사람 하나 있다면 얼마나 큰 의지가 될까. 등산 스틱 하나 건네받아서 몇 번 콕콕 짚으며 걷던 길에서 힘든 코스를 지나며 그런 생각을 했다. 꼭 결혼하지 않아도 누군가 지속해서 말을 주고받고 의논할 상대가 있다는 것은 복이라고. 두 사람은 나를 의식해서인지 남편이 별 것 아니라고 말해준다. 통영에 살면서 이 방향에서 내가 사는 동네를 내려다본 것은 처음이다. 사진 정리를 하면서 그 순간 느꼈던 희열감을 다시 느낀다. 설레던 그 .. 2021. 10. 14.
불국사 10월 3일 인산인해, 사람을 피해서 사진 찍을 수 없었던 사흘 연휴 중 둘째 날. 10월 2일부터 10월 4일 대체 휴일까지 사흘 연휴였다. 나중에 기록을 보면 왜 혼자 불국사까지 갔을지 궁금할까 하여 기록으로 남긴다. 가을에 경주에 간 적이 없어서 가을에 꼭 경주나 제주에 가보고 싶었다. 짧은 봄, 한여름 외엔 갈 기회가 없어서 가을 경주를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날은 여름 날씨여서 칠부 소매 옷을 입고 걷는데 땀이 흘렀다. 첨성대 주변을 다시 둘러보고 벤자마스 가려고 버스 정류장에 섰는데 마침 불국사 가는 시내버스가 앞에 섰다. 그래서 그냥 버스 타고 불국사에 간 거다. 혼자여서 내키는 대로 다닐 수 있어서 편하고 좋았다. 날이 덥기도 하고 사람이 많아서 일부러 야외만 다녔어도 어찌나 관람객이 많은.. 2021. 10. 9.
경주, 아침 풍경 10월 3일 간밤에 푹 자고 깨서 숙소 근처 고분군 사이를 걸어서 돌아온 기억을 되밟아서 다시 첨성대 부근 핑크 뮬리 밭에 가보기로 했다. 걷다 보니 한 끼는 뭔가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오래전에 메모해둔 맛집 중에 1인분 팔 것 같은 곳 한 곳을 고르고 영업시간 검색해보니 10시 반에 문 연다. 그 집 첫 손님이 되기로 했다. 어제 얼떨결에 선택해서 묵었던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되돌아가서 가게 근처 작은 공원에 앉아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시간 맞춰서 밀면 가게로 들어섰다. 따뜻한 온밀면을 먹어보고 싶었는데 기본인 물밀면부터 맛보기로 했다. 가격은 6,000원. 깔끔한 맛에 괜찮다. 온밀면엔 유부가 들어가는데 그것 맛보러 한 번은 더 들러야겠다. 아침 시간이라 사람 없을 때 들어갔는데도 금세 손님.. 2021. 10. 7.
경주 월정교 야경 10월 2일 숙소에서 황남빵 몇 개 먹고 동궁 야경을 보러 나섰다. 동궁에서 만나기로 한 서울에서 온 지인과 그 일행이 저녁에 그곳에 있을 거라고 알림을 받은 까닭에 피곤해도 그냥 누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막상 동궁과 월지에 가보니 관람객이 너무 많아서 줄 서기도 난감하고 떠밀리듯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지인만 만나서 장소를 옮길 계획이었는데 사정이 생겨서 만남은 불발되었다. 그래서 혼자 월정교 야경을 보러 갔다. 월정교 야경 실컷 구경하고 2만 걸음 이상 걸었던 날. 너무 피곤해서 낯선 곳에서 혼자여도 어찌 잠들었는지 깊은 잠에 빠졌다. 집에선 새벽에 몇 번씩 깨는데 그날은 푹 잤다. 2021. 10. 7.
경주 첨성대 부근 해 질 녘 10월 2일 핑크 뮬리 밭은 처음 봤다. 첨성대 부근 꽃밭 구경하고 대릉원 담장 따라 혼자 걷는다. 멍하니 멈춰 서서 시 한 소절씩 읽고 가슴이 찡해진다. 걷다가 마땅히 혼자 들어가서 밥 먹을 식당이 눈에 띄지 않아서 황남빵 한 통 사서 일찍 숙소에 들어갔다. 서울에 사는 지인이 동창들과 경주 모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는다고 야경 같이 보게 동궁에서 만나자고 하지 않았더라면 저녁에 막차 타고 집에 돌아갔을 테다. 결국 그 언니 친구분의 모친께서 응급실 가시는 바람에 우리 만남은 불발되었고, 어쩌다 계획에 없던 경주 1박, 혼자 묵기엔 조금 아까웠던 숙소 극성수기 가격을 경험했다. 2021. 10. 6.
경주 계림, 월성 10월 2일 대릉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계림으로 향했다. 비단벌레 전기자동차는 미리 예약해야 탈 수 있는데 주말이어서 일찍 매진되었다. 걷기 힘들어하는 딸내미 꼬셔서 데리고 오면 이것 타고 돌아야겠다. 계림에서 천천히 걷다가 벤치에 한참 앉아 있었다. 숲이 주는 위안..... 마스크를 장벽 삼아 넘나드는 숨이 조금이나마 편해질까 해서 가만히 앉아서 숨을 멈추었다가 가늘고 길게 내쉬어본다. 빛이 아쉬웠던 어느 날 찍지 못하고 돌아간 사진을 찍었다. 먹먹해지는 감정을 추스르고 한걸음 한걸음 걸으며...... 오래 그 자리에 서있던 나무의 속삭임을 듣는다. 푸르렀던 빛이 해 질 녘에 금빛으로 물드는 것을 보면서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 금세 세월로 내려앉는 순간을 느낀다. 전생에 밟았던 땅인듯 지는 해가 어쩐.. 2021. 10. 5.
경주 첫날, 대릉원 10월 2일 난 이 여행을 정말 가고 싶었을까? 연휴 시작부터 집에서 한숨만 쉬는 게 단지 싫었을 뿐. 준비하기에 충분한 시각에 깨어 긴 머리를 감고 말리느라 시간을 보냈다. 출근할 땐 못해도 이런 날은 해야지~ 다이슨 헤어롤로 머리카락을 돌돌 말고 안 해도 되는 절차를 거친다. 어젯밤에 다 못 듣고 잠든 다스뵈이다를 켜놓고 꼼지락거리다가 냉장고에서 시들고 있을 샤인 머스켓 한 송이가 떠올랐다. 곧 나가야 할 시각인데 늦게 과일을 씻고 화장을 한다. 마스크 쓴 내 얼굴 누가 본다고…... 살쪄서 맞는 옷이 없어서 옷을 고르다가 시간 지체…. 뻔히 알면서 일부러 늑장을 부린다. 여행은 좋지만 혼자 가는 게 여전히 마뜩잖다. 버스 놓치면 그 핑계로 집에서 놀아야지~ 현실감 없이 이런 짓을 한다. 예매한 표만.. 2021. 10. 4.
물빛소리 정원 카페 포토존에서 휴대폰 카메라 닦지 않고 사진 찍어서 뿌연 것도 많고, 역시 나는 디카가 사진 찍기에 익숙하고 편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날. 풍경 사진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니 어쩐지 여전히 어색하다. 앞으론 디카 충전을 꼭 해놓고 밖에 나갈 때 귀찮아도 들고 나가야겠다. 2021. 9. 22.
네르하 21 바깥에 있던 선베드를 다 치우고 그 자리에 건물을 올렸다. 그때와 다르지만 자리는 같으니 이곳에서 보는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통영시 도산면, 카페 네르하 21 7월 21일 2021. 7. 21.
통영 섬여행 5월 22일 통영 여객선 터미널 → 욕지도 생일 주간을 빙자해서 딸과 함께 떠나는 첫 여행, 욕지도 아침 기온 19도, 바람은 선선하고 하늘은 맑다. 객실에 들어가지 않고 바다를 볼 수 있는 2인용 의자에 앉아서 오랜만에 나서는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통영항에서 출항한 오전 9시 30분 배를 탔다. 주말에 욕지행 배표를 사기 위한 관광객 줄이 상당히 길었다. 통영시민 할인율 30% 정도. 다음엔 삼덕항에서 출항하는 배를 타야겠다. 돌아올 때 삼덕항으로 가는 배를 탔더니 통영시민 할인이 50%나 되고, 뱃삯뿐만 아니라 배를 타는 시간도 30분이나 절약된다. 연화도와 우도를 이은 보도교 아래를 지나서 욕지도로 향한다. 통영항에서 배를 타면 1시간 30분 걸리고, 삼덕항에서는 욕지도까지 1시간 걸린다. 이.. 2021. 5. 23.
함양 개평마을 나들이 5월 9일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전날 황사가 심했다는데 밖에 나가지 않아서 얼마나 심했는지 모르겠지만 일요일인 9일은 시야가 맑았다. 지난해 가을에 지나가다 들렀던 이 댁에 봄이 오면 꼭 오라고 하시던 당부를 잊지 않고 찾아갔다. 지나는 말로 빈말하는 것 좋아하지 않는 내가 그때 이 댁 주인의 당부를 흘려듣지 않았다. 우리를 그때 한 번 봤는데도 바로 알아보셨다. 미리 연락을 드리고 간 것도 아니었는데 불시에 찾아든 우리를 반겨주셔서 정말 고마웠다. 직접 캐고 볶아서 만든 쑥차를 내주셨다. 안주인께서 직접 만드신 차받침과 주머니 등등 여러가지를 선물로 주셨다. 그 동네서 꽤 오래 묵어서 유명하다는 모과나무에서 딴 모과로 정성 들여 담은 모과차도 한 통 담아주셨다. 이 동네 길고양이 무료급식소. 고양이.. 2021. 5. 9.
산유골 수목공원, 4월 박경리 기념관 길 건너편 비포장 도로를 한참 걸어 들어가면 아담한 수목공원이 있다. 공원 초입에 비가 조금 내리면 찰방찰방 낮은 길 너머로 물이 넘치는 소류지가 있다. 괜히 지나면서 폴짝 뛰어넘는 장난치고 싶어 진다. 색이 세 번 변한다는 삼색 참죽나무의 자주색 잎이 초여름 즈음에 연한 노란색으로 변하고 한여름에 점점 짙어져서 초록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새로 난 연한 잎이 꽃보다 예뻐서 한참을 봤다. 5월 중순부터 꽃이 핀다는 가침박달은 벌써 꽃이 활짝 피었다. 호랑가시나무에 핀 작고 앙증맞은 꽃도 신기하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도로시가 루비 구두를 신고 어디선가 툭 튀어나올 것만 같은 동화 같은 길이다. 4월 10일에 찍은 사진. 2021.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