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흐르는 섬 <2020~2024>28

5월 1일 2024-05-01이제 내비게이션 안내에 의존하지 않고도 출근했다가 집에 돌아올 수 있게 됐다. 가끔 나가는 산책길 끝에 주변 건물 상호도 쳐다보고 우연히 발견한 동네 맛집에서 수제비 한 그릇 맛있게 먹고 돌아온 날도 있었고, 며칠 묵혔다가 딸 데리고 가서 그 집에서 한 끼 맛있게 먹고 돌아왔다.자연스럽지 않게 정돈된 길에 이제 익숙해져서 다른 동네에 들렀다가 오면 오히려 이곳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신호등 없는 건널목에 서서 지나가는 차 눈치 보며 서 있으면 이 동네에선 차가 멈춰서 보행자가 다 건너갈 때까지 기다려주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곳에서 자기 방어를 위해 어떤 경우라도 차부터 보내주고 길을 건너야 하는 게 당연한 것 같았던 분위기를 혼자 힘으로는 바꿀 수 없었다. 여긴 .. 2024. 5. 1.
동네 산책길 2024-04-21 꿩이 있다. 이런 동네 산책길에도 꿩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걷기 좋게 잘 다듬어놓은 산책길이라도 맘껏 누리련다. 2024. 4. 21.
세종 국립수목원 비 내려도 괜찮은 실내 전시실만 다녔다. 비 오니까 갈 데가 없다며 아웃렛만 다녀오자고 했지만, 비 안 맞고 좀 걸을 수 있으니 가자고 우겨서 처음 다녀왔다. 2024-04-20 산책, 늦은 점심, 아울렛. 생일 치레로 함께 나선 짧은 여행은 비 와서 그렇게 마무리 가격표만 열심히 보고 구경하고 그냥 나왔다. 딸 생일 핑계로 작은 것 하나 사기에도 너무 비싸~~ 2024. 4. 21.
성심당 2024-04-19 퇴근하고, 미리 생일 케이크 사러 대전 성심당에 다녀왔다. 주말엔 가면 줄 서야 하니까..... 빵만 사고 돌아와서 동네 밥집 검색해서 밥 한그릇 먹고 들어왔다. 딸이 말하기를 "우리가 식당하는 게 낫겠다. 이 동네 사람들은 음식 맛도 모르나, 어떻게 이렇게 해서 장사를 하지?" 다신 안 간다. 검증된 우리만의 맛집이 이 동네엔 없다. 그나마 딸이 아주 어릴 때부터 종종 가서 빵 사 먹던 가게인데 여전히 빵맛은 괜찮다. 2024. 4. 21.
저녁 풍경 2024-04-11 혼자 저녁 산책 나가면 보게 되는 일상의 풍경. 여전히 어색하지만, 익숙해지겠지........ 딸은 나와 일상의 동선이 달라서 함께 산책할 일이 없다. 그것에도 익숙해져서 괜찮다. 집에 가면 딸이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기로 했다. 2024. 4. 11.
영화 보러 갔다가…. 2024-04-10 사전투표했으니 오늘은 한동안 가지 못했던 극장에 가기로 했다. 작년 12월 1일에 영화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다들 봤다는 '파묘'가 어떤 영화인지 딸이 궁금하다고 해서 나선 길. 영화 보기 전에 영화관이 있는 아웃렛 한 바퀴 하면서 사진 찍기 놀이도 좀 하고, 영화 잘 보고 기분 좋게 집에 돌아왔다. 월요일 아침에 갑자기 복통이 심해졌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맥을 못 추다가 토하고,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힘들어서 결근했다.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와서도 몸에 힘이 붙지 않아서 걸을 수도 없었다. 종일 침대에 누워서 하루를 보내고 어제 출근해서는 이대로는 힘들어서 일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만큼 아플 때는 견디기 힘들 만큼 힘에 부친다. 괜찮아지면 언제 그랬냐.. 2024. 4. 10.
4월 6일 2024-04-06 토요일 낮에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밖에 함께 나가기로 약속했다. 덕분에 밖에서 점심도 함께 먹고 마트에도 함께 다녀왔다. 딸과 함께 살아도 함께 뭔가 하는 게 쉽지 않은 각자의 일상을 산다. 어제보단 조금 맛이 느껴지는지 알 수 없다고 고개를 갸우뚱 하는 딸과 합의한 점심 메뉴는 조개칼국수 마트에서 산 물건을 집에 갖다놓고 동네 사전 투표장소에 가서 투표했다. 집 앞에 나가서 산책이라도 좀 같이 하자니까 어제 산책했으니 오늘은 안 하겠단다. 한 번 거절하면 두 번 권하지 않는다. 그냥 혼자 걷기로 했다. 동그랗게 만든 보행교를 한 바퀴 돌고 개나리와 벚꽃이 나란히 핀 강변길을 한참 걸었다. 고향에선 섬 사이로 지던 해가 빌딩 사이로 지는 풍경. 이런 풍경에서 떠오르는 느낌은..... .. 2024. 4. 6.
금요일 2024-04-05 퇴근한 뒤, 며칠 전부터 맛을 느끼지 못한다는 딸을 데리고 묵사발 한 그릇 먹고 오자고 잠시 나섰다. 어지간해선 밖에 나서지 않으려는 딸을 용케 꼬셔서 밖에 나온 김에 해 지기 전에 어디든 다녀오고 싶었다. 40분 남짓 달려서 이 근방에서 벚꽃 피는 시기에 사람들이 많이 간다는 곳에 갔다. 햇빛 좋은 시각에 오면 참 좋겠다. 내일은 이 길이 사람으로 꽉 찰 것 같다. 가볍게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 삶이 얼마나 간결해졌는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 평화로운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에 이야기했다. 이사한 뒤에 둘이 이런 산책길을 함께 걸은 건 오늘 처음이다. 2024. 4. 5.
4월 '다녀온다 하더니 아직 못 돌아온 4월' 퇴근길에 들른 김밥집 4월 달력에 저 글귀가 있었다. 아…. 4월이구나. 마늘쫑 김밥, 생연어 김밥 밥은 잘 먹었으나, 생각이 많아지니 잠을 놓쳤다. 혼자 벌서는 것처럼 이렇게 깨어있으니, 내일이 올 것이 두렵다. 체력 미달이면 봄도 타지 말고, 생각도 꼬리를 반드시 잘라야 해. 2024. 4. 3.
봄기운 완연한 날 2024-30-31 봄이 조금 늦게 오는 동네 볕 좋은 길목에 벚꽃이 피었다. 개나리 핀 길 따라 걸어본다. 이 동네도 꽃이 피는구나..... 고향 바다, 집 주변에 지천으로 피는 산벚까지 아름다운 그곳으로 갑자기 확 달려가고 싶은 감정이 일었다. 오랜만에 푸른 하늘을 보니 감정이 일렁인다. 꾹 눌렀던 감정이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어디로든 달리고 싶다. 차례로 이어진 일만 쫓던 눈이 다른 곳으로 자꾸만 돌아간다. 다정한 사람들 사이로 혼자 가벼이 걸어도 어깨가 축 늘어지지 않았다. 밖엔 함께 나서진 않아도 집에 돌아가면 딸이 있으니까. 그보다 난.....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누군가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쉬엄쉬엄 걷고 싶다. 이런 욕망이 순간 자라서 정신을 흩어놓는다. 조금만 더 따뜻해지면 책.. 2024. 3. 31.
가끔 하늘을 본다 2024-03-26 빡빡한 하루 일과에 지쳐서 집에 돌아오면 거의 식물인간 같아진다. 머리를 쓸 여력이 없다. 손발도 까딱하기 싫어진다. 점심시간에 마주 앉아서 밥을 같이 먹은 스무 살 아래 동료도 내 상태와 별 다를 바 없었다. 생존을 위한 숟가락질 이상은 할 수 없는 상태. 과로사하기 딱 좋은 봄날이다. 오늘 처음 목련 핀 것을 봤다. 어제도 피어 있었을 테고, 그전에도 분명 피어 있었을 텐데..... 이곳에서 내 일과는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상황이니 주변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지난주부터 근처에 수채화 물감 번진 듯 아른거리는 노란빛 산수유 꽃은 더러 보았어도 고개를 살짝 돌이면 보이는 자리에 있는 목련은 처음 발견했다. 사람 많은 곳에서 시선을 낮은 곳으로 돌리고 걷는다. 아직 충분히 .. 2024. 3. 26.
3월 16일 기쁜데 슬프고, 행복한데 눈물이 난다. 봄꽃은 피었으나, 대기는 뿌옇고 흐려서 맑은 하늘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일체화하지 않은 감정에 눈시울 적신다. 처음으로 이 동네 공원에 나가서 혼자 거닐었다. 물가 난간에 우두커니 기대어 서서, 얕은 물에서 노니는 잉어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2024. 3. 16.
방전 2024-03-16 오늘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안도감에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은데도 깊은 잠이 들거나 쉽게 잠들지 못했다. 뒤척거리다가 몇 번은 휴대폰으로 일정한 주파수의 음이 나오는 채널을 열어놓고 잠이 슬쩍 들었다 깨기를 반복하다가 아침을 맞았다. 충전기 전원을 연결해 놓고 잠들었는데, 아침에 깨고 보니 휴대폰은 거의 방전 상태로 충전율 5% 미만이었다. 내 몸도 매일 일과 끝나고 잠들었다가 깨기는 하지만 제대로 충전이 안 되는 모양이다. 깊이 푹 자고 때론 일하지 않고 쉬고 빈둥거리기도 해야 될 정도로 몸이 지쳤는데 계속 부리니까 마지못해 하루 단위로 굴러다니는 정도다. 먹어도 충전이 안 되고, 잠을 자도 충전이 잘 안 된다. 일을 줄일 수 있으면 좋은데, 손 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 .. 2024. 3. 16.
3.2 2024-03-02 동네 도서관은 오후 6시까지만 한다면서 5시 반쯤 되니 딸이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안친 밥이 끓어서 새 밥 푸고, 오후에 준비한 반찬에 채소 듬뿍 넣고 도토리묵 무침까지 저녁상에 올렸더니 "오늘은 맛집이네. 진짜 맛집에 가면 밑반찬이 맛있잖아." 칭찬에 약한 팔랑귀, 저녁 먹고 기어이 멸치 액젓 사러 마트에 다녀왔다. 이미 배추를 절여놨으니, 김치를 담그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멸치 액젓 사서 배추겉절이 무치고 나니 누워야 할 시간이다. 갓난쟁이 딸 업고도 김치는 담가 먹어야 하는 줄 알고 김장하던 내가 김치 안 담가본 지가 어언 20년은 넘었다. 그런데 20여 년 만에 김치를 담그니 딸이 의아한 눈으로 본다. 기억 속에 없던 장면이니까. 온갖 종류의 김치를 다 담가 먹었다는 .. 2024. 3. 2.
동네 백수 2024-03-02 자칭 동네 백수, 우리 집 취준생. 오늘 처음으로 집 밖으로 혼자 나갔다. 쓰레기 버리러 나가거나, 치킨 집에 주문한 치킨을 가지러 나가는 정도의 짧은 외출(?) 외엔 단 한 번도 혼자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던 우리 집 집순이. 동네 백수 패션이 필요하다며 옷 타령을 하는 딸 비위에 맞출 옷 몇 가지가 도착한 뒤에 그 옷을 아래위로 쫙 빼입고 드디어 집밖으로 나갔다. 집에 온전히 혼자 있을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딸이 함께 있으면서 내 방에서 혼자 있는 것과는 뭔지 모르게 다른 기분이다. 오전에 내 몸은 침대와 일체화되어서 그 밖으론 나갈 수가 없을 정도로 무겁기만 했다. 오후에 딸이 나가자마자 거짓말처럼 후다닥 주방에 가서 고구마를 씻어서 찜솥에 올리고(나는 찐 고구마파, 딸은 군고.. 2024. 3. 2.
분홍색에서 연두색으로 2024-03-01 이틀 작업한 결과물. 딸내미 방에 넣을 수납장, 내 방에 넣을 수납장 두 가지 페인트칠하고 바니쉬로 코팅하는 것까지 완성했다. 이 분홍색 합판 수납장은 처음에 만들 땐 나뭇결이 보이게 연하게 칠해서 썼다. 젯소 발라서 깔끔하게 흰색 페인트로 칠하고 앞부분은 연두색으로 발랐다. 아크릴 물감을 흰색 페인트에 섞어서 원하는 색깔을 만드는데 딸내미 방에 넣은 수납장 색이 조금 짙은 게 계속 신경 쓰인다. 내가 원하는 색은 저 색이 아니었는데 피곤해서 그냥 칠했더니 2% 부족하다. 이틀 움직이고 나니 오늘은 내 몸이 좀비로 변한 것 같다. 느리고 잘 움직이기 힘들다. 거실에 나가니 내가 해야 할 일이 천지로 널렸고, 방에 들어오니 저 수납장에서 꺼낸 물건을 다시 정리해야 하는데 손이 가지 않는.. 2024. 3. 1.
젯소 마르기를 기다리면서.... 2024-02-29 어제 오후에 시작한 가구 손질은 오늘도 계속. 연이은 기침에 가래까지 달고 살던 시절에, 호흡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MDF 가구를 방에서 거실로 내보내고 방안에 채울 나무 가구를 사려고 온라인 쇼핑몰을 한참 뒤졌다. 그 당시엔 아무래도 내 주머니 사정으로는 선뜻 나무로 만든 가구 한 점 들이기도 어려웠다. 합판이거나 집성목이어도 MDF 가구보다는 나을 것으로 생각하고 한두 가지 사서 집에서 만들기 시작해서 결국 더 채울 수 없을 만큼 작은 나무 가구를 만들었다. 2009년에 만들어서 몇 년 쓰다가 못 쓰게 될 줄 알았는데 여태 잘 썼다. 위 사진 속에 있는 저 색깔 수납장은 이사한 집에 들여놓을 자리가 부족하니 한 개는 버리고 와야 한대서 들고 오지 않았다. 합판으로 만든 채.. 2024. 2. 29.
가구 단장 작업 시작~ 2009년에 온라인에서 잘라주는 나무를 사서 가구를 꽤 많이 만들었다. 그간 잘 쓰던 가구에 세월의 흔적이 꽤 남았다. 당시에 양철 손잡이를 달았던 가구에 손잡이를 다 바꾸려고 나무 손잡이를 새로 주문했다. 주방에서 그릇장으로 쓰던 것은 경첩이 녹슬고 구부러졌다. 일찍 눈여겨봤으면 페인트 용품 살 때 같이 샀을 텐데 오늘 페인트칠 새로 하려고 보니 녹슬고 휘었다. 그래도 칠만 다시 해주면 쓰겠다고 하니 다행이다. 오래 썼으니 버리고 오자는 말을 하도 많이 해서 한 개라도 더 가져오려고 애썼다. 집 넓이가 다르므로, 이고 지고 쓸 수는 없으니 몇 개 살려서 들고 온 것으로 만족한다. 딸내미 방에 들어갈 수납장부터 작업 시작~ 오염된 부분 닦고, 사포질 하고, 젯소 발라서 말리고, 페인트칠해서 .. 2024.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