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엔 고구마밭이 많다. 섬이 비탈져서 다른 농사를 짓기 어려워보였다.
욕지에 들어올 때 꼭 들러보리라 마음 먹었던 새에덴 동산의 모녀를 찾아 유동으로 들어섰다. 동행들 중 멀리서 온 이들은 차 안에서 쉬고 함께 몇번 여행을 했던 동행인 예쁜 김샘만 함께 다녀왔다. 혹시나 차가 들어가지 않는 길을 걸어야할까봐 쌀을 작은 포장으로 두 개 사왔는데 마침 길이 좁아 차가 들어갈 수가 없었다.
유동에서 저 너머 고래머리길이 보인다.
800m라고 씌어 있었는데 따라나서지 않고 기다리는 일행도 있었고, 그렇게 넉넉했던 뱃시간이 다른데서 그냥 흘려버린 시간때문에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혼자 바빴다. 산길을 돌아 내려가니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그 집이 앉아 있었다.
9년간 모녀가 모두 손으로 하나 하나 일구어 만든 집이어서 그들은 하나 하나 번호를 붙여 작품이라 일컬었다. 20년 완공을 목표로 아직 뭔가를 더 만들고 있는 중이라 했다.
9년 전 암으로 3년 밖에 살지 못한다는 판정을 받고 어머니와 섬으로 들어와 살고 있다는 지영씨(35). 안에서 일을 하다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줬다.
우리가 들고간 선물에 대한 답례로 어떤 화가가 저 탑을 보고 그렸다는 그림엽서 한 장을 선물로 주셨다. 그리곤 꼭 저 탑에서 사진을 찍고 가라시기에......
돌아갈 뱃시간이 촉박하여 그곳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내 딸 이름도 지영이라 하니 최숙자 할머니는 지영이 손을 잡고 예쁘다며 제리와 사탕이 담긴 봉지를 건네주셨다. 지영이 손에 쥐어져 있던 먹던 새우깡 봉지랑 전략적 교환이었다고 봐야 한다. 새우깡을 그렇게 반가워하실 줄 알았으면 과자도 좀 사올걸 그랬다.
워낙에 매스컴을 많이 타고 있어 한동안 그들의 집은 손님들이 쉼없이 나들 것이다. 그들이 힘겹게 이어온 삶의 과정 중에 맨손으로 일군 그 집은 얼마나 많은 눈물과 기도로 지어진 것일지......
모두 뜨거운 햇살이 가라앉으니 섬을 떠나는 것이 아쉬운 모양이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캔 맥주까지 준비되어 있어 선상에서 자리깔고 앉아 조촐한 파티를 했다.
물위에 어룽이는 불빛 저 너머 섬의 등 뒤에 숨어 있는 삶이 놀처럼 지고 어둠 속으로 모두 가라앉는 시간
통영에 돌아와 뒤늦게 출출한 배는 손님들을 위해 통영의 별미인 '우짜'를 먹었다. 우동국물 위에 짜장을 곁들여 얹고 고추가루와 파를 섞어서 먹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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