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중앙시장 근처에 새로 생긴 찐빵가게 들러서 만두나 찐빵을 살까 하고 나갔는데 5천 원에 세 팩을 주는 떡이 눈에 들어왔다. 날름 샀다. 그리곤 생선 파는 시장골목을 한 바퀴 돌다 보니 매운탕거리를 싸게 팔고 있었다. 슬쩍 눈길만 줘도 말을 붙이는 아주머니들. 한 소쿠리 손질해 놓은 싱싱한 매운탕거리를 쳐다보고 있으니 3천 원어치도 주신단다. 망설일 이유도 없지만 그래도 더 싱싱하고 좋은 것이 있는지 한 바퀴 다 돌아본 후에야 그 자리에 가서 매운탕거리를 샀다. 무 한 개 천 원, 대파 몇 개 천 원. 모두 5천 원으로 매운탕 재료를 장만했다. 간식으로 먹을 떡값이나 반찬값이나 같다니.....
항상 맛보고 싶은 뽈락은 몇 마리 담아놓고 3만 원이란다. 구경만 하고 휙 지나왔다. 매운탕 안 끓여본지가 십수 년은 훌쩍 넘은 것 같다. 매운탕을 언제 끓여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집에서 해먹은 적이 거의 없다. 아이가 먹지 않는 음식을 하나둘씩 하지 않게 된 후에 만들어보지 않은 것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손질해놓은 싱싱한 매운탕거리가 3,000원. 살이 탱탱하고 신선하다. 이런 잡어들은 양식을 하지 않으니 당연히 자연산이다.
멸치, 다시마를 듬뿍 넣고 국물을 한 솥 우려 둔 뒤 준비한 무를 나박나박 썰어서 냄비에 자작하게 약간의 물과 국간장, 고춧가루를 넣고 볶듯이 졸여준다. 물 붓고 물을 바로 부어서 끓이는 것에 비해 무가 빨리 익고 고춧물이 발갛게 들면서 간도 배이니 훨씬 빨리 매운탕을 끓일 수 있다.
바닷가 태생인 내가 어머니 어깨너머로 배운 비결 중 하나다. 어릴 때 매운탕 정말 많이 먹고 자란 덕분에 절로 레시피 정도는 머릿속에 들어있다. 보고 배운 도둑질이 이런 것?
살짝 볶은 무에 준비한 육수를 붓고 팔팔 끓인 뒤 생선을 넣어준다. 상당히널찍한 냄비를 골랐는데도 생선이 너무 많다. 얼른 제일 크고 깊은 냄비에 바꿔 끓여야 했다.
양파, 버섯, 고춧가루, 저민 마늘, 맛술, 생강가루를 첨가했다. 마늘은 찧어서 넣으면 고춧가루와 함께 국물을 전체적으로 지저분하게 보이게 만들므로 저며서 넣는 게 보기도 좋다. 채소는 집에 있는 게 없어서 있는 것으로만 했다. 풋고추와 홍고추도 하나쯤 썰어 넣으면 맛이 더 개운하고 칼칼해진다.
한 소끔 끓인 다음 풋고추, 파 등을 더 넣어서 한 번 더 끓어오르면 후추를 넣고 불을 끈다.
너무 맵고 얼큰한 맛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먹기 좋은 정도로 살짝 맵게만 끓였다. 국물을 훌훌 떠먹어도 목이 따갑지 않을 정도. 앞으론 더러 매운탕도 해 먹어야겠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서 끓였지만 내 솜씨에 스스로 감탄하면서 맛있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