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2일
그리하여 산청 아모르 카페 옆집 '춘산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게 됐다.
한여름에 꼬막도 나오고
가지, 깻잎, 호박 등 채소 튀김이 바삭하고 고소하다.
우렁을 듬뿍 넣은 된장에 향이 진하게 나는 채소가 들어가서 딸이 먹지를 못했다. 딸이 깻잎, 들깻가루 들어간 음식을 꺼린다. 산초, 방아잎 들어간 음식도 일절 손대지 않는다.
나도 스무 살 때까지 가리는 음식이 몇 가지 있었다. 채소전에 방아를 넣으면 향이 역해서 못 먹고 토했고, 들깨 들어간 것도 못 먹었고, 산초도 싫어했으며, 고추냉이도 못 먹었다.
20대 중반에 음식 맛을 느끼는 것도 생각이 가로막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신에게 인지시키고 다양한 맛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하루아침에 그 음식을 먹게 됐다. 먹기도 전에 생각만으로도 토할 것 같은 것은 감정이나 기분이 내 몸에 부리는 조화니까 생각을 바꾸면 몸이 느끼는 거부반응도 사라질 수 있는 거다.
쉽지는 않지만 방법은 있고, 때가 되면 입맛이나 식성이 바뀌기도 하니까 그것을 먹지 못한다고 큰일 날 것은 아니니까 못 먹겠다 싶은 것은 먹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했다. 들깻가루 넣은 것은 모두 내가 다 먹었다.
산청에 오면 꼭 한 번 가보고 싶어도 차 없이는 갈 수 없었던 곳, 딸내미 초등학생일 때 한 번 같이 갔던 곳인데 옛날 사진을 보여주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산청 정취암에 가는 길은 운전하는 길도 만만찮다. 상당히 무서운 코스다. 그래도 올라가면 펼쳐지는 풍광이 아름답고 평화롭게 보여서 가만히 바라보다가 오면 생각이 잠잠해진다.
겹겹이 산너머는 의령군이다. 세월호 사건 나던 그해 그날에 의령군 무슨 강변에서 인솔한 학생이 물에서 보트타는 체험을 하고 있었다. 잊지 못할 날이어서 의령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그다음에 딸내미 데리고 친구와 의령에 한 번 다녀오기는 했지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날이 그 기억과 함께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정취암엔 누군가의 염원을 이렇게 표현한 곳이 있다.
딸: "10원짜리로 되겠어?"
나: "그럼 500원짜리면 되는 거야?"
그럴리가 있나......
기도는 자기 마음속에 각인하는 행위다. 내 정신의 가장 오롯한 부분에 그 일이 그렇게 이뤄지도록 주문하는 거다.
누군가 그 일을 이뤄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의지한 대로 그 일에 점점 더 가까워진다. 아주 큰 일은 혼자만의 의지로는 부족하니 더 많은 사람의 바람과 의지가 모여서 언젠가 그렇게 되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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