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
꽤 오랜만이다. 이곳은 딸내미 네 살 때 처음 데리고 왔던 곳이고 조금씩 자랄 때마다 기회가 닿으면 데리고 왔던 곳이다. 오늘은 퇴근하고 그대로 집에 들어가기 아쉬워서 운흥사에 들렀다 가려고 운흥사로 향하다가 갑자기 상족암이라는 이정표를 보고 목적지를 바꿨다.
작은 물웅덩이가 초식 공룡 발자국 찍힌 것이다.
20대였을 때 고성읍에 집이 있었던 적이 있다. 그때 이곳에 와서 가족들과 함께 상족암 데크 길이 없을 때 바닷가를 함께 걸었다. 당겨서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없던 시절에 먼 곳에 보이는 이 절벽을 보고 '핑갈의 동굴'을 떠올렸다.
본적도 없는 핑갈의 동굴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처음 나만의 핑갈의 동굴 위에서 이곳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사람이 염원을 쌓는 바다
그대들의 소원을 다 들어주는 천수관음이 어쩌면 저 너머 구름 뒤에 있지 않을까.
명상할 때 적극적인 상상이 필요할 때 내가 그리던 장면 속에 바다 위에 저런 구름이 떠있고 그 위에 서 있는 세상의 아픔을 듣고 어루만져주는 절대자와 같은 존재를 상상하곤 했다.
상족암에 들어가는 길은 파도에 뚫린 동굴을 지나는 길이었는데 바위가 부서져 내리기도 하고 물이 들었다 났다 해서 지나가기 어렵다. 이젠 아예 둘러서 가는 데크 계단을 따로 만들어서 그 방향으로만 갈 수 있다.
내 시선이 쫓아간 곳은 혼자 앉은 한 마리 새
새초롬하게 앉아 있는 새를 쫓다가 찍힌 사진을 보니 마침 저 너머 병풍바위 사이에 스카이워크가 있다.
병풍바위 스카이워크에 가보고 싶어서 맥전포항으로 이동했다. 맥전포항에서 병풍바위 전망대까지 약 1km.
산할아버지 구름 모자 썼네~
아니 솜사탕을 뜯어서 올려놓은 것 같다.
산길에서 집게발이 빨간 게를 여러 마리 보았다. 집게발이 유난히 빨갛거나 노란 게가 바닷가 근처에 가면 간혹 산에서 사는 모양이다. 어제 남해 물건리 숲에서도 게가 나무 둥치 사이에서 사는 것을 발견했다.
스카이워크에 올라가 보겠다고 산 넘고, 바다도 건넜다. 원피스 입고 출근했다가 퇴근한 길에 바로 나서서 속치마 붙은 원피스 안에 또 다른 속치마를 껴입어서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졌다.
맥전포항에서 800m는 산길이어서 생각보다 멀게 느껴졌다. 낮에 비가 내려서 산길도 젖어있어서 미끄럽기도 했고, 내놓은 발목을 건드리는 풀숲을 지나면서 바지 입고 나중에 다시 가야 할까 생각도 했다.
저 멀리서 보이던 작은 전망대가 바로 이곳이다.
혼자 정말 잘 쏘다닌다. 혼자 보는 것이 아쉬워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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