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8일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산 소파를 오늘 받았다. 31일 배송 예정이라더니 연휴 시작하는 주말에 먼저 보내줘서 연휴에 거실에서 노닥거릴 기회를 얻었다. 각자 제 방에서 침대와 책상을 오가는 것 외엔 어쩌다 한 번씩 밥 먹을 때 식탁에 마주 앉는 것 외엔 딸과 마주칠 접점이 없었다.
딸이 화장실 간다고 방문을 열 때마다 내가 내 방 밖으로 나와야 딸 얼굴을 한 번 볼 수 있는 희한한 현실을 바꿀 방법은 거실을 거실답게 만드는 거였다. 작년에 싣고 와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 짐이 현재 거실 소파 자리에 바리바리 쌓인 상태로 여태 지냈다.
어디에 어떻게 치워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는 물건이 많았다. 그런데 목적이 생기고 소파를 들이기로 결심하고 나니까 그 물건을 어떻게든 정리하게 되더라. 집중할 이유가 생겨야 뭐든 한다.
버려야만 한다던 슈퍼싱글 토퍼도 반으로 접어서 소파 아래에 넣으니 맞춘 듯이 공간도 꼭 맞다. 안마 의자는 한동안 소파 옆에 두고 어떻게 할지 생각해 봐야겠다. 장기적으로 내게 필요한 품목일 테니 굳이 그걸 버릴 이유는 없지만, 현재는 필요하지 않고 자리를 차지한다는 게 문제다.
그러나 어느날 내 딸이 갑자기 시집간다고 나서면 딸내미 방이 빌 테니 그 방을 옷방이나 물품 보관함으로 쓸 수 있겠...., 아니다, 이 집을 계약할 때 딸 명의로 해서 딸이 없이는 이 집에 거주할 수 없게 되니 이런 생각은 하지 말아야겠다.
이런 시시한 생각은 취업하면 쏙 들어간다.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쓸 필요 없다. 내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방향으로 좋은 생각해 내는 데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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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살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주변에 있는지 생각해 봤다. 서울에 갈 때마다 방 한 칸 내어주며 재워주던 온라인 카페 선배 언니가 떠오른다. 물론 그 언니가 내게 같이 살자고 할 것도 아니고, 나도 그럴 일도 없지만 만약에 둘이 맞춰서 살 수 있을 것 같은 성격과 성향이 크게 어긋나지 않는 사람을 꼽아보니 그분이 떠오른다. 아주 옆집에 살면서 맛있는 것 하면 청해서 같이 먹고 이런저런 의논도 하고 그럴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내가 순선하게 따를 수 있는 성정을 갖춘 좋은 분. 새해에는 그분께 더 좋은 일이 많이 생겨서 기운 돋고 더 건강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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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잊지 않고 고맙게 생각하는데 아직 인사를 제대로 드리지 못한 분 중에 '내몸사랑'을 운영하시던 옛 블로그 친구였던 분이 있다. 그분이 위탁 생산한 야콘으로 진액이나 효소 등을 만들어서 팔기도 하셨는데 건강에 도움이 될만한 것을 바리바리 싸서 자주 보내셔서 그걸 내가 다 먹지도 못하고 주변에 마땅히 줄 데도 없어서 감사함이 넘쳐서 곤혹스러울 정도였다.
가볍게 스치는 인사 정도가 아니라 아주 깊은 마음에서 우러난 정중한 인사를 드리러 한 번 찾아뵐 생각이다. 내 딸이 임용고시 붙고 나면 인사드리러 한 번 찾아가자고 했는데 아직 그때에 이르지 못했다. 곤궁한 삶에 치일 때 아무 조건 없이 받는 내가 부담스럽지 않게 크고 작은 도움을 많이 주셔서 가슴속에 그 감사함이 탑처럼 쌓여있다.
그분 따님이 음악 전공으로 서울대에 진학해서 졸업했으나, 결국 그 댁 딸이 하고 싶어 하던 다른 일로 취업해서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몇 해 전에 들었다. 내 딸이 마음먹은 대로 우리 삶이 조금 더 반듯하게 펴지는 때로 인증할만한 시점에 찾아가서 인사드리겠다.
"그때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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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 그 학교에서 당시엔 견디기 힘든 일을 겪을 때, 드러나게 내 편에서 소리를 내주시던 부장님.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이 시절처럼 그때 그 직업을 가진 이들이 결코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상식 밖의 일이 눈앞에서 벌어져도 아무도 아는 척하지 않고, 알려 들지도 않았던 그때, 잠시 내게 그늘을 만들어주신 한*진 부장님.
"올해 퇴직하실 텐데 꽃다발이라도 가서 안겨드리고 싶은데, 마음 같지 않게 여기서 조용히 축하드립니다. 선배님 덕분에 진흙탕 같은 길 잘 건너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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