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 지베르니
고흐의 자취를 따라갔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를 지나 모네의 집과 정원이 있는 지베르니로 향했다.
모네의 집으로 향하는 길
멋진 노부부가 걸어 나오고 있는 저 길 오른쪽 편으로 약간만 더 걸으면 모네가 살던 집과 넓은 정원이 나온다. 골목도 멋있었지만 저 노부부의 패션이 내 눈길을 끌었다. 며칠 여행하면서 갈아입을 옷 부족해서 되는대로 입고 나선 우리 모녀의 꼬락서니와는 대조적이다.
정원과 집을 다 둘러보려면 5.5유로(2006년 당시 기준)를 내야 한다. 집안에는 그가 모았던 일본 그림들로 온통 채워졌다. 2층 침실에서 그의 정원을 바라보는 기분은 참으로 여유롭고 화사했다. 실내에서는 사진 촬영 금지. 그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와 만나기 위해 드나들었는지 식탁과 주방이 무척 넓었다. 유난히 좁고 작게 지은 파리에서 본 집과 비교하면 상당히 넓은 편이다.
남는 건 추억과 사진뿐이다. 일단 자리가 비면 열심히 기념 촬영하고~
모네의 집안을 둘러보다가 실내 사진은 찍을 수 없으니 2층 창가에서 보이는 정원을 찍었다.
많은 작가들과 교류하며 살아 있는 동안 명성과 부를 함께 누렸던 모네의 그림이 여유롭고 편안했던 이유를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같은 시대를 살다 간 고흐의 삶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씁쓸하기도 했다.
자귀나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양에서 흔한 나무인데 모네의 정원에서 보니 한껏 이국적으로 보였다. 이 동네에 흔한 나무가 아니니까.....
대숲 사이로 산책로와 물길을 만들어 뱃놀이까지 즐겼던 멋스러운 정원의 한 부분
모네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수련과 다리가 있는 풍경
저 못에는 그림에서 본 것과 비슷한 배도 한 척 있고, 물고기도 많이 있었다.
이 정원과 연못에 취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마냥 넋을 놓고 있었다. 누구나 부러워할 아름다운 정원과 연못이었다. 모네는 얼마나 낭만적인 사람이었을지 궁금해졌다. 그의 그림 속에 나오는 아름다운 꽃길과 여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의 생활 속에 어떤 여인이 있었으며 어떤 사랑을 했을지도 궁금했다.
그의 정원엔 동양적인 느낌을 주는 화초들이 유난히 많았다. 일본 그림과 도자기들을 수집했던 것을 보면 그의 취향은 그 시대에 나름대로 독특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아름다움에 심취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인 취향이기도 하였겠지만, 그 시대엔 특히 여유 있는 자의 특권이었겠다.
저런 풍경을 보고 그림을 그리지 않을 수 없었을게다. 오르쉐에서 보았던 모네의 그림 속에 나오는 진짜 풍경들은 정말 그림처럼 아름다웠기에 그의 손을 빌어 수 차례 그림으로 남겨졌던 모양이다.
모네의 그림은 오르쉐, 오랑주리, 마르모탕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고, 집과 정원은 잘 보존되어 끊임없이 손질되어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베르니는 무척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시간이 부족하여 천천히 즐기지 못하고 모네의 집과 정원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건너편에 있던 아메리칸 미술관 정원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정이 끝나버렸다.
이 골목 왼쪽 편에는 모네의 집이 있고, 오른쪽에는 프랑스 인상파 화가의 화풍을 닮은 미국 화가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아메리칸 미술관이 있다. 아래는 아메리칸 미술관 및 주변에 있던 예쁜 꽃밭에서 찍은 사진.
미술관은 시간이 부족해서 들어가 보지 못했다. 모네의 정원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의 정원의 꽃들만 실컷 구경하고 나왔다. 공짜니까!
내가 워낙 화초들을 좋아하는 데다 꽃들이 예뻐서 폴짝거리니 아이도 덩달아 신이 곱절로 난 모양이다.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이 덤벼들며 사진을 연신 찍어달라고 요구하고 또 요구하고......
화단은 꽃을 색깔별로 나누어 심어놓아서 나무로 가려진 벽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색다른 화사함에 취할 수 있는 곳이다. 도시락 싸들고 가서 한나절 이쪽저쪽 정원에서 실컷 노닐다 갔으면 좋았을 텐데......
이상하게 폼 잡고 찍는다고 지영이는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주며 계속 잔소리를 했다. 풀밭에 좀 엎드린 게 뭐가 어때서? 바지에 풀물 들었다고 징징거렸더니 그러게 왜 그러고 사진 찍었냐고 또 잔소리!
나도 이런 아름다운 동네에 살고 싶다.
아름다운 지베르니를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인 에트르타를 향해 달려야 했다. 해지기 전에 도착해야 밤늦게라도 에트르타의 바다를 볼 수 있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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