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05
EVPN으로 접속해 오늘 해야 할 일은 다 끝냈다.
아점으로는 버섯과 두부를 넣은 들깨탕을 끓였다. 냄비 안에서 국물이 천천히 풀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좋았다. 오후가 되자 조금 출출해져 어제 사두었던 단호박을 쪘다. 속을 긁어내 믹서기에 갈아보니, 며칠 전 늙은 호박 손질한 것을 사다 끓였던 호박죽 맛이 아쉬워서 한 그릇 담아두었던 것을 데우며 삶아둔 단호박을 더 넣었더니, 그제야 맛이 제자리를 찾았다. 음식도 이렇게, 손을 한 번 더 보태야 마음에 드는 순간이 온다.
딸은 남자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다며 나가면서, 혼자 남을 내가 신경 쓰였는지 식어버린 커피를 전자레인지에 데우려다 말고 괜히 다시 꺼내 내 손에 쥐여주고 나갔다. 그런 마음이 고맙기도 하고, 마음 한편이 불편하기도 했다. 손 많이 가고 신경 쓰이는 뒷방 늙은이 같은 존재가 되고 싶지는 않은데, 나이가 들다 보면 같이 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쉽게 밀어낼 수도 없는, 그런 애매한 엄마가 되지 않을까 싶어 마음이 가볍지는 않다.
오늘 해야 할 공식적인 일은 모두 끝냈지만, 집안일은 꺼내놓으려면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 그래도 밥벌이로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했으니, 오늘은 이쯤에서 물러나도 되지 않을까 스스로를 타이른다. 딸이라도 없었더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외롭다, 심심하다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고 살았을 것 같다.
딸이 시집간 것도 아니고, 남자친구를 만나러 잠시 나간 것뿐인데 집에 혼자 남아 있으니 괜히 마음이 궁상맞아진다. 별일 아닌 하루인데도, 이렇게 하루의 끝자락에서는 괜히 마음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된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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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생각할 것 없이, 빌려온 책 착실히 읽고, 규칙적인 생활하고, 잠 잘 자고..... 건강하게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