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5
빌려만 두고 끝내 읽지 못한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나왔다. 이틀 밤낮을 내 방에 틀어박혀, 침대와 거의 한 몸처럼 지냈다. 몸이 먼저 안쪽으로 접혀버린 시간이었다.
오늘은 기온이 조금 올라, 겨울이라고 부르기엔 덜 차가운 공기라 그 핑계로 밖으로 나섰다. 따뜻한 나라에서 온화한 날씨를 일주일쯤 겪고 돌아온 탓인지 이 도시의 겨울은 더 음침하게 느껴진다. 푸른색이라곤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풍경. 시야는 희부옇고, 내일쯤이면 아무 일 없이도 세상이 조용히 끝나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딸은 남자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다며 나갔다. 문이 닫히고 나니, 갑자기 심심해졌다. 뭘 해도 채워지지 않을 것 같은 허전함이 아무 예고 없이 올라와 가끔은 그 감정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지난해에는 그럴 틈이 없었다. 금요일까지 쫓기듯 일하고, 피곤한 몸을 몰아 집까지 운전해 돌아왔다가 일요일이면 다시 통영으로 내려가느라 바빴다. 몸은 늘 지쳐 있었지만 외로움이 들어올 틈은 없었다. 매주 여행자처럼 살았다. 가방을 간단히 꾸리고, 차에 싣고 떠났다가 돌아오는 일을 의식처럼 반복했다.
금세 식상해질 수 있는 일상이 그렇게는 견딜 만했던 이유가 어쩌면 그 구조 덕분이었을지도 모른다. 떠남과 돌아옴이 반복되는 삶. 그 사이에서 나는 담담해질 수 있었고, 외로움을 미루며 살 수 있었다.
*
다음주 가장 추운 날, 서울에서 모임이 있다. 기차표를 예매했다가 기온을 확인하고 놀란 딸이 만류해서 기차표를 물렀다. 아직 그만큼 추운 날 밖에 나가본 적이 없다.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대학 동기 모임에 꼭 나갈 생각이었는데 그날 하루 나섰다가 몸에 무리가 갈까 봐 걱정이 앞선다. 나보다 먼 곳에 사는 동기들도 기차표를 사서 그 추운 날 꼭 서울에서 모이겠다니 대단하다.
*
너무 추워서 밖에 나가지 못하고 어영부영 짐 정리나 하면서 일주일 빈둥거린 것보단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아직은 비행기 타는 걸 좋아하는 딸이 군소리없이 따라와 줘서 고마웠다. 딸이 성인이 된 뒤에 처음으로 함께 떠난 해외여행이었다. 이제 음식점에서 같이 맥주를 주문해서 마실 수도 있고, 좀 불안하거나 불편하면 딸에게 기댈 수도 있어서 좋았다. 호텔에 혼자 두고 나 홀로 바닷가를 따라서 걸어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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