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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5~2029>/<2026>

짝사랑 전문 시리즈 4

by 자 작 나 무 2026. 1. 29.

한으로 맺힌 감정이 어딘가에 오래 남아 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편지를 주고받던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를 혼자 오래 품고 좋아했다. 그 마음이 단순한 우정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에게도 인정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려보냈다.

 

대학 2학년이 되던 해, 그 짝사랑은 조용히 막을 내렸다. 마음을 털어놓은 날, 그는 이미 사귀는 여자 친구가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그저 오랜 편지 친구였을 뿐이었다.

 

서른 살이 되던 해, 그 친구를 처음 알게 되었던 고향의 유명한 절에 혼자 산책을 갔다. 그리고 정말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려운 확률로 그와 그 절에서 낮에 마주쳤다. 서울에 살던 그가 그날, 그 시각에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한동안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는 예전에 서른이 될 때까지 인연이 없으면 서로를 구제해주자고 농담처럼 약속했었다. 그날 왜 나는 이메일 주소도, 전화번호도 묻지 않고 그냥 돌아왔을까. 세계 각국을 떠돌며 살던 그를 다시 우연히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오늘 자다 깨서 그 오래된 장면이 문득 떠올라 가슴이 아팠다. 그 시절 나는 너무 많은 현실에 치여 있었다. 가족과 얽힌 삶에서 좀처럼 자유롭지 못했고, 내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볼 여유도 없었다. 그때 돌보지 못한 마음이 한처럼 가슴에 남아 있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이유도 설명하지 못한 채 그저 잊어야 했던 감정. 더 가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포기해버린 감정의 길이 박제된 채로 기억 어딘가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때 분명 전화번호를 받았던 것 같기도 한데 왜 기억이 나지 않을까. 그가 아니라 그 시절의 나에게라도 묻고 싶었다. 그렇게 오래 가슴에 품고 있었던 감정이 정말 나만의 것이었는지.

 

열여덟 살에 아무 계산 없이 좋아했던 마음이어서 더 오래 남았던 모양이다. 불치병처럼 가슴이 아리고 아파 자다 깨서 가슴을 치며 울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삶의 구조에 묶여 감정을 미뤄두고 살던 시절, 그 안에 이런 아픔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늦게 발견한 감정은 그래서 더 아프게 몸 안에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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