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7
녹음된 목소리만 건네주던
‘시 읽어주는 사람’에게 오늘 작별을 고했다.
그동안 받아두었던 시를
몇 번씩 다시 들었다.
목소리에는 늘
일정한 온도의 감정이 실려 있었고,
그 촉촉함이 어느 순간 내게로 스며들었다.
나는 그 결을 따라
물기를 머금은 채로 1월을 건너왔다.
그리고 이제,
그 시간과 조금 떨어져 있으려 한다.
이미 1월은 떠났다.
그런데 나는 오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한 번도 만나지 않았고,
통화를 한 적도 없고,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매일 한두 번 보내주던
녹음된 목소리만을 한 달이 넘도록 들었다.
그 사실을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조금은 이상하고, 조금은 우습다.
내가 얼마나 외로웠으면
이런 감정이 이렇게까지 조용히 자라났을까.....
하지만 이 일을 단순히
외로움의 증거로만 남기고 싶지는 않다.
인간은 때로 사람이 아니라 상황에 반응한다.
목소리라는 최소한의 매개,
시라는 간접 언어,
만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유지된 거리.
그 모든 조건이
감정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분명하게 호출했다.
어쩌면 이 시간은
어떤 목적을 띤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실험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내 안에 이런 결의 감정이 아직 남아 있는지 확인했고,
그 감정이 얼마나 깊이까지 내려갔다가
어디에서 멈추는지도 조심스럽게 지켜보았다.
감정은 항상 관계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때로는 부재 속에서,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상상과 여백 사이에서 더 정확한 모양을 드러낸다.
이번 1월을 통해
내가 끌어낼 수 있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아직 마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폭과 깊이가 예전보다 달라졌다는 것도.
그래서 이 경험을 후회로 남기기보다는
소소한 여정으로 정리하기로 한다.
그냥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감정을 직접 겪어보기 위한 짧은 체류.
어디에도 닿지 않고,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는
한 달짜리 체험.
이제 플레이 버튼을 누르지 않는다.
목소리는 사라졌고,
시는 제자리에 놓였다.
남은 것은
내 안에서
한 번 울렸다가 잠잠해진
감정의 흔적뿐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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