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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5~2029>/<2026>

그, 목소리

by 자 작 나 무 2026. 2. 7.

2026-02-07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은, 아마도 아쉽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거다. 드물게 호기심 당기는 어떤 목소리에 한참 넋 놓고 있었다. 파일을 다시 재생할 수 없게 될까 봐, 음성 파일을 모두 내려받았다. 한동안은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의 허상에 시달리고, 그리움이란 단어까지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밖에 나가서 진짜 사람을 만나야 한다. 온라인에 갇혀서 누군지 알 수도 없는 대상이 읽어주는 시와 문장에 길들어서 그게 그의 감정인양, 내 감정인양 빠져들 만큼 나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가보지 못한 길이 궁금하다.

닿아보지 못한 손길이 궁금하다.

그는 지독하게 담을 쌓고,

그 성 안만 존재하는 허상이었다.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겠지.

나 또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듯이.

 

 

*

그 사람 목소리를 지우지는 않았다.

들으면 또 감정이 일렁일까 봐

언젠가 이런 시간도 그리워지는 날에 들을까 보다.

 

*

일종의 신종 보이스 피싱이 아니었을까..... ㅎㅎㅎ

감정의 견고한 문을 저절로 열게 만드는

신종 보이스 피싱.

그래, 그 허상 같은 목소리, 시 읽는 목소리에 다 털렸다.

 

그래도 마지막에 이름은 알아냈다.

이름 없는, 이름을 알지 못했던,

시 읽어주는 사람....

 

겨우 이름은 알아냈으나,

더 나가면 이런 감정에서 헤어나기 어려울까 두려워서

뒤로 물러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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