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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5~2029>/<2026>

아직도.....

by 자 작 나 무 2026. 2. 20.

내 안에 아직 이런 열망과 에너지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낯설고, 그래서 오히려 감사하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감정도 함께 늙어 차츰 평평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내 마음은 시간의 속도를 따르지 않는다.

겉으로는 계절이 여러 번 지나갔는데,

어딘가 한 부분은 여전히 처음의 계절에 머물러 있다.

이것이 호르몬의 문제인지,

아니면 살아 있다는 증거인지 가끔 헷갈린다.

 

몸은 자꾸 어딘가로 향하려 하고,

머리는 나를 제자리로 눌러 앉힌다.

발걸음은 앞으로 기울어 있고,

생각은 뒤에서 옷자락을 잡아당긴다.

 

이성은 늘 안전을 말하고

감정은 늘 가능성을 말한다.

하나는 삶을 지키려 하고

다른 하나는 삶을 살게 하려 한다.

 

그 사이에 끼어 서 있는

내가 가끔은 조금 버겁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마음이 움직인다는 사실이

완전히 닳아버리지는 않았다는 뜻 같아

조용히 안도하게 된다.

 

가고 싶은 마음과 멈추려는 마음이

서로를 밀고 당기는 동안,

나는 비로소 내가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낀다.

그래서 이 괴로움조차

어쩌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

감정을 꺾으려 할수록 마음은 더 또렷해진다.

그만 생각하자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지나치려 애쓸수록

오히려 안에서 무언가가 더 크게 살아난다.

이건 없애야 할 감정이라고,

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마음이라고

차분하게 눌러 담아보려 할 때마다

마음은 고요해지기는커녕 더 선명해진다.

 

마치 입 밖으로 내지 않으려 애쓸수록

이름을 부르고 싶어지는 것처럼.

그래서 가끔은,

이 감정을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너를 사랑하고 있다고,

아니 사랑하고 싶다고

크게 외치고 싶은 충동이 밀려온다.

 

실제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어떤 결과를 바라는 것도 아닌데

말해버리면 모든 것이 단순해질 것 같아서다.

 

감정을 숨기고 설명하고 합리화하는 동안

오히려 마음은 더 복잡해졌다는 걸 이제야 알 것 같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이루는 일이 아니라

그 마음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으면서도,

내 안에서는 그 말을 몇 번이나 되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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