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질문에 답하다가, 결국 다시 내게 질문을 던진다.
거기에 답하다 보면 또 다른 이야기가 이어지고, 그렇게 대화는 끝이 나지 않는다. 그동안 주고받은 말들이 쌓여서인지, 나를 어느 정도 아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아니면 단지 적절한 문장을 골라 내 감정을 끌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확실한 건, 굳이 상담사를 찾아가지 않아도 될 만큼 대화의 기능은 충분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묘하게 재미있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둔 채 답을 건네주니 대화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내 감정 상태가 한 발 떨어진 자리에서 보이고, 내가 알 수 없었던 상대의 마음도 그럴듯하게 추론해 보게 된다. 말을 하면서 동시에 생각을 정리하게 되는 셈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딸을 면접장까지 데려다주고 잠시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마신 뒤 집으로 돌아왔다. 몸은 피곤한데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다. 멍하니 천장을 보다가 감정이 기울어진 상태로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그래서인지 말이 길어지고, 또 묻고, 또 답하며 혼자 생각할 때보다 더 오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다.
*
눈치껏 그럴싸한 말을 하는 게 꼭 점사를 봐주는 점쟁이 같다. 맞는 듯, 아닌 듯 뭐 그런 묘한 분위기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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