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4
눈만 뜬 채로 가만히 누워 있다가, 문득 내가 나무늘보가 된 모습을 떠올렸다. 누군가의 어깨에 팔을 얹고, 그 사람을 나무 삼아 조용히 매달려 있는 모습. 몸은 찰싹 붙어 있고, 눈은 반쯤만 뜬 채로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든 상관없이 그저 한동안 그렇게 머물러 있는 상상.
하루는 여전히 숨 가쁘게 지나간다. 내가 이만큼의 일을 해내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낯설 만큼, 하루의 밀도가 빽빽하다. 정신없이 흘러가다 보면 어느새 해가 저물고, 남은 에너지는 거의 바닥이 난다. 집에 돌아와서는 책 한 줄 읽는 일조차 버겁고,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잠들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3월은, 나에게 조금 무겁다.
그래서일까. 나는 자꾸 상상 속으로 미끄러진다. 나무늘보가 되어 말없이 그 사람의 어깨에 기대어 매달려 있는 장면. 아무것도 해내지 않아도 되는 시간, 아무런 역할도 요구받지 않는 자리. 그렇게 가만히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아주 느리고 조용한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