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든 잡채는 색이 곱게 나왔다.
내일 놀토라고 생각했는데 첫 주말이라 지영이 학교에 가는 날이어서 집에 얌전히 있기로 했다. 오후에 동네 마트에서 수육용 돼지고기 한 덩이를 사고 시금치도 한 소쿠리 사왔다. 마트 옆에 좌판을 벌여놓고 몇 가지 채소를 파는 분들이 가지고 나오는 시금치가 맛있길래 이번에도 마트에서 사지 않고 거기서 샀다.
아니나 다를까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시금치에서 단맛이 더 강하게 났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김밥을 싸고 밤늦게 잡채를 만들었다. 저녁 먹고 은근한 불에 돼지고기에 통양파, 배, 마늘, 생강, 파를 띄워 수육을 만들었더니 기름기 없어 퍽퍽할까봐 걱정했는데 부드럽고 씹히는 질감도 좋다. 밖에서 사먹는 김밥보다 훨씬 맛있다고 입에 침도 안바르고 연신 내뱉는 딸의 추임새에 그만 넘어가서 김밥 재료 준비하면서 시금치 더 산 걸로 잡채 만들고 수육까지 해놨으니 무슨 잔칫집 같다.
쌈 싸먹으려고 사뒀던 배추가 시들해져서 데쳐서 시래기 국도 끓이고, 다시마, 멸치, 말린 표고버섯 넣어 우린 국물에 두부랑 호박 넣고 된장도 끓여놨다. 이렇게 한꺼번에 음식을 만들 계획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뭔가 계속 해야 할 것 같은 충동에 일을 벌인 것이다.
이왕에 이렇게 음식을 해놨으니 주말에 꼼짝않고 들어앉아 밥만 해서 먹을까 싶다. 다음 주에 기말고사 치는 학생 한 명이 주말에 집에서 같이 지낼 것이라서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했다. 오늘은 밤참을 몇 젓가락 먹지도 않았는데 배가 부른 것 같다.
어질러 놓은 부엌 살림 정리해놓고 운동 좀 하고 자야겠다.
****** 첫눈이 내렸다는데 아침에 아이 학교 보내놓고 그대로 다시 잠들어버려서 눈이 흩날리다 말았다지만 첫눈이 내리는 것을 놓치고 말았다. 어제 안하던 운동 밤늦게 한 것이 화근이었는지 점심 나절까지 잠을 깰 수가 없었다. 늦게까지 자고 남은 기운으로 밤늦게 열심히 이것 저것 만들고 오늘도 늦게 잠들면 내일 또 늦게 깨게 되겠지..... |
멋내기 맛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