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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5~2029>/<2026>

집에 돌아왔다

by 자 작 나 무 2026. 1. 1.

2026-01-01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서 시작한 한 해살이를 마치고 이제 집에 돌아왔다. 비록 둘 뿐인 가족이지만 가족이 있는 곳이 집이다. 2년 전에 이사 들 때 그렇게 어색해 보이던 이 각진 동네 어귀에 들어서면 이젠 마음이 편하다. 익숙해진다는 게 이런 거겠지. 

 

해가 바뀐다는 게 큰 의미 없이 그냥 관념상의 경계를 넘는 것이어서 다를 바 없이 잠들었다. 이응다리에 불꽃놀이 하는 거 보러 가자고 해서 나갈 마음도 있었지만, 너무 추운데 굳이 이런 날 고생스럽게 거기까지 가야 할까 하는 마음에 편하게 따뜻한 방에서 잠들기로 했다.

 

모닝콜 없이 잠들었어도 출근 시간이 되니 눈이 떠진다. 휴대폰 켜놔도 연락 올 데라곤 없는데 왜 켜놓고 잤을까. 8시 넘으니 부서 단톡방에서 새해 인사가 오간다. 나도 한마디 하진 않아도 반응은 해줘야 하니까 눈을 뜨게 되더라.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고 원두를 가는데 원두 가는 기계가 돌아가지 않는다. 모터 소리는 나는데..... 엊그제 통영 올 때 원두 조금 갈아서 들고 오라고 딸에게 주문했더니...... 무슨 짓(?)을 했는지 기계가 망가졌다. 모터만 헛도는 소리가 계속 나니까 딸이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자기는 아무 짓도 안 했다고 말했다. 그래 딱히 기계를 망치려고 무슨 짓을 한 것은 아니지. 알고 말고.

 

핸드그라인더로 원두 갈아서 커피를 내려서 마시기는 했지만, 기계도 필요하니까 그 핑계로 나중에 마트에 다녀와야겠다. 

 

*

딸이 성인이 되기 전엔 난 자주 웃고, 자주 안아주고, 자주 사랑한다고 말해줬다. 내가 받아보지 못한 사랑도 필요하니까 만들어서 흘려내려 주고 뭐든 최선을 다하려고 늘 노력했다. 요즘은 노력해서 더 웃고 살살 굴러가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배운 적 없는 애교가 말년에 나올 리 없지. 올해는 뭘 바꿔볼까. 억양, 말투, 더 외교적인 단어 선택.

 

요즘은 그냥 동네 도서관에 갖다 놓는 분량보다 더 다양한 책을 갖다 놓는 국립도서관에서 다양한 뇌과학 책을 빌려서 읽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다. 세상이 변해가는데 맞춰서 나도 발전해야 하니까 옛날에 배운 것, 옛날에 읽은 책 몇 권으로 좀 안다고 놀다가는 뒷방 늙은이가 돼버리는 거다.

 

옛날이야기만 하면서 감상에만 빠져서 살 수는 없다. 그때가 좋았다는 말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그 시절에 멈춰서 성장도 변화도 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언제 기억이 흐릿해질지 알 수 없으니, 어떤 기억은 기록해두고 정리하고 문을 닫아둘 생각이다. 

 

 

*

책을 전혀 읽지 않는 딸에게 얼마 전에 한 번 진하게 잔소리를 했더니 생전 읽지 않던 책을 읽겠다고 소설책을 빌려오라고 주문했다. 공상과학 드라마나 영화를 딸이 어릴 적부터 함께 즐겨본 까닭인지 딸은 그런 이야기에 혹한다. 삼체 1권은 예약까지 걸려있어서 빌려올 수가 없었다. 세 번째 갔지만 1권만 인기가 많다. 전자책도 예약이 줄줄이 걸려있다.

 

오늘 전자책을 한 권 사줘야 하나 고민 중이다. 책 안 읽는 애가 읽어보겠다는데 뭔가 노력은 해야지.

 

 

*

주말 이틀만 집에서 보내고 일요일 오후엔 한 주도 빠짐없이 직장이 있는 동네로 3시간 운전해서 돌아가고, 금요일 오후엔 퇴근하면 어김없이 이곳으로 3시간 운전해서 돌아왔다. 단 한 주도 쉰 적이 없었다. 이제 한동안 그런 무리한 운전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생기부도 쉽게 해결 가능할 것 같으니 이번엔 정말 제대로 쉬어볼 참이다.

 

날이 덜 추울 땐 어디든 딸내미 데리고 여행 가고 싶지만, 날 추우면 별로 갈 데가 없다. 게다가 연말에 오를 줄 알고 몰빵 해서 산 주식이 아주 제대로 바닥이다. 나 어떻게 해? 다시 그 가격까지 오를 날까지 손가락만 빨아야 하는 거야. 만일 기다리던 그 소식이 뉴스로 뜨지 않으면 영영 그 가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는 거 아닐까? 그럼 정말 엄청난 타격이 오겠군. 올해는 몰빵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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