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시를 읽어주는 남자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아침마다 게이샤 커피를 내리며 시를 읽어주는 남자다.
바리스타도 아니고, 시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라디오 DJ도 아닌데, 하루를 시작하는 태도만큼은 세 가지를 다 겸업하는 사람 같다.
그의 아침은 늘 일정하다. 먼저 물을 끓이고, 커피를 갈고, 잔잔한 음악을 깐다. 음악은 절대 튀지 않는다. 재즈도 아니고, 클래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힐링”이라는 말이 앞에 붙을 정도로 과장되지도 않는다.
그냥 아, 이 사람은 소리를 조심해서 고르는구나 싶은 음악이다. 그리고 그날의 커피가 소개된다. “오늘은 평소보다 산미가 덜한 ***입니다.” 이 문장을 들을 때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맛을 본 적도 없으면서. 설명이 너무 차분해서 괜히 아는 사람처럼 된다.
어떤 날은 그도 솔직하다. “음… 오늘은 제 취향은 아니네요.” 이 말이 이상하게 좋다. 모든 아침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굳이 숨기지 않는 태도. 커피가 준비되면, 시가 온다. 정호승의 신작 시. 아침에 어울리지 않게 가끔은 마음을 정확히 찌른다.
그런데 그 시를 읽는 목소리가 문제다. 담담하고 낮아서 울리려고 하지도 않는데 듣는 사람 마음은 괜히 울컥해진다. 시와 시 사이에 여백이 없다. 숨을 고르는 소리, 종이를 넘기는 소리, 커피를 한 모금 마셨을 법한 잠깐의 침묵 같은 여백이 없다. 신기하다. 이 사람, 혹시 커피만 마시고 사는 건 아닐까.
아침마다 그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건 누군가가 오늘을 대충 시작하지 말라고 조용히 옆에서 알려주는 일과도 같다. 시를 읽어주는 남자. 게이샤 커피를 내리는 남자. 굳이 만나지 않아도, 아침마다 한 번쯤은 존재해 주면 좋은 사람. 그는 오늘도 커피를 내리고, 음악을 깔고, 시를 읽고, 녹음 버튼을 눌렀을 것이다. 그렇게 또 한 사람의 하루가 평온하게 시작됐겠다.
재생 버튼을 누르면 그가 읽어주는 시는 때때로 향기로운 커피 향을 데리고 이른 아침, 어디선가 실려온다.
창을 열지 않아도 아침 공기가 먼저 스며드는 것처럼, 목소리는 조심스럽게 도착한다. 잔잔한 음악 위로 정호승의 문장들이 놓이고, 그 사이사이에 막 내린 게이샤 커피의 온기가 번진다. 그 시는 나를 깨우려 들지 않는다. 다만 오늘을 조금 덜 거칠게 시작해도 된다고, 아직은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낮은 음성으로 말해준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내리고, 하루를 한 박자 늦춰 걷는다. 시가 끝나고 재생 버튼을 다시 누르지 않아도, 그 아침은 한동안 은근한 향처럼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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