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5
며칠 전, 동네 건너 시장 옆에 있는 김치찌개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몹시 추운 날이었는데, 그 집이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라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한 딸은 맨발에 털 슬리퍼를 끌고 나왔다. 신발 벗는 자리에서 딸의 발이 자꾸 눈에 밟혔다. 이미 한 번 맨발로 나왔냐고 물었으니, 다시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자리에 안내받아 들어가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상대가 유난히 오래 나를 바라봐서, 나도 한 번 더 시선을 주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을 나선 뒤, 차에 타서야 그 사람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요즘은 얼굴 고친 사람들, 꼭 같은 공장에서 찍어낸 것 같아.”
그런데 딸이 본 사람은 내가 본 여자가 아니었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아들이었다고 했다. 내 자리에서는 보이지 않았고, 애초에 신경 쓸 이유도 없어서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아이였다. 딸은 그 아이가 몸이 불편해 보였다고 했다.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 힘들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순간, 괜히 얼굴 이야기를 꺼낸 게 무안해졌다. 눈에 띄는 얼굴이어서 본의 아니게 쳐다보게 됐고, 밥을 먹는 동안에도 나를 흘끗흘끗 보는 시선이 느껴져서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을 딸에게 했을 뿐인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누군가의 생김새를 흉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물론 그런 뉘앙스는 아니었고, 딸도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불편해졌다.
아직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잘 키울 자신도 없다면서 자기는 임신하면 기형아 검사를 꼭 할 거라고 말했다. 나는 너를 낳을 때 기형아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떤 아이가 태어나든, 그건 앞으로 내 삶에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했고, 잘 키우며 살아낼 각오가 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도 다시 꺼냈다.
딸은 종종 그런 말을 한다. 자기를 낳지 않았으면 내 인생이 훨씬 편했을 거라고,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해서 더 잘 살 수 있었을 거라고. 아마 오랫동안 내가 혼자 자기를 키우며 살아온 게 마음에 남아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일 테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딸이 있어서 나는 더 열심히 살았고, 덜 비겁하게 살았고, 무엇보다 사람답게 살려고 애썼다.
차 안은 잠시 조용해졌다. 김치찌개 냄새와 추운 공기가 뒤섞인 오후였다. 나는 그날 식당에서 마주친 얼굴들보다, 옆자리에 앉아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딸이 있다는 사실이 더 또렷하게 남았다. 삶이란 결국 그런 식으로 나를 붙잡아두는 인연 때문에 계속 이어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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