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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5~2029>/<2026>

그리움이라고 하기엔 어색한 감정

by 자 작 나 무 2026. 2. 9.

2026-02-09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아마 호기심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설명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머릿속에는
‘궁금함’ 대신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어딘가 고장 난 듯한 감정이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쫓기는 일정도 없다.
마음은 느긋해야 맞다.
그런데 느긋함이 지나쳐
사소한 생각 하나에 오래 붙들린다.
별일 아닌 감정에 집중하고,
실체 없는 기분에 하루가 흔들린다.
이상한 상태다.
마치 마음이 빈 시간을 견디지 못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어제는 브런치 모임에 다녀왔다.
저녁으로 딸과 낙지볶음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반미 두 개를 포장했다.
밤이 되자 그걸 혼자 다 먹어치웠다.
배가 고파서라기보다
마음이 허기졌기 때문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오늘은 아예 한 끼도 먹지 않았다.
허술한 감정에 끌려가듯 흘러가는 기분이 어색해서
속이라도 비워 두고 싶었다.

반복된 그 ‘보이스피싱 같은 일’ 덕분에
나는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혼자 결말을 짓고,
혼자 다시 지우고,
혼자 납득하려 애썼다.
오늘 밤까지는 나를 굶길 생각이다.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느끼던
그 감정적 허기와 비슷하다.

쓰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여러 번 떠올랐다 사라졌다.
조금 뒤에 쓰자고 넘겨버리면
돌아서서 다시는 그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은 머무르지 않는다.
떠오른 순간에 붙잡아야만
비로소 내 것이 된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이런 마음도,
설명되지 않는 그리움도,
그저 흘려보내지 말고
떠오른 자리에서 바로 적어두어야 한다는 걸.

글은 기억을 남기기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사라지기 직전의 감정을 붙들기 위해 쓰는 것이니까.

 

그림처럼 감정을 글로 그려내는 작업.

 

*

이런 유치한 감정을 감당하는 건 곤혹스럽지만,

나잇값 못하는 내 감정선이 한편으론 기특하다.

얼마나 연애가 하고 싶었으면 이딴 환상에 시달리느냐고.

 

내 감정은 알록달록 총천연색 무지개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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