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7
이틀 연이어 번개에서 만난 오픈카 방장, 포인트 쌓아야 된다나 뭐라나..... 동네 카페 번개를 또 쳤다.

배고프다며 빵도 잔뜩 집어오더니 커피만 후루룩 마시고 친정 간다고 가버렸다. 처음 보는 남자 회원 세 사람 속에 나를 혼자 남겨놓고 내뺐다. 나보다 한참 나이 어리지만, 얼굴은 나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회원들 속에서 낯 가리느라 버벅거리는 내 분열된 자아와 타협하느라고 쉽지 않았다.


뭔가 정감 있는 따뜻한 대화를 하기엔 초면인 사람들은 부담스러웠다. 아주 사무적인 자세로 이야기하다가 일어섰다. 분위기 좋았으면 저녁 모임까지 이어졌겠지만, 그럴 분위기는 아녔다. 그래도 새로운 사람과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웃으려고 노력했다.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표정 관리가 안 되는 내 얼굴 근육을 어떻게 다스려야 좋을지.
벙주가 시켜놓고 간 빵을 대충 처리하느라 배가 빵빵해졌다. 그래도 밥 생각이 나서 집에 와서 대구전 부치고 나물 비벼서 밥 한 그릇씩 뚝딱 해치웠다. 해 지기 전에 드라이브라도 하자니까 딸은 집을 벗어날 생각이 아예 없다.

혼자 원수산 둘레길을 걸으러 나섰다. 아주 어두워져야만 한 바퀴 다 돌 수 있을 것 같아서 3분의 1 지점에서 돌아 나왔다. 얼추 한 시간 혼자 씩씩하게 걸었다. 좀 걷다 보니 그렇게 추운 줄도 모르겠고, 몸도 좀 가벼워지는 듯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외로움에 사무치는 것도 싫고, 필요 이상의 인연을 쌓는 것도 싫은 모양이다. 외로운 이웃끼리 모여서 큰 도움은 되지 않아도 잠시 차 같이 마시고 대화하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낫다. 이제 자유로운 시간도 추운 계절도 끝나간다.
여전히 평행우주, 벽장 속 외계인과 교신 중이다. 나도 외계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