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4
1990년대 중반, 나는 PC통신 천리안과 나우누리에서 주로 활동했다. 하이텔 아이디도 있었지만 그곳은 늘 시장통처럼 북적여 오래 머물지 못했다. 대신 천리안과 나우누리의 동호회에 가입해 꽤 열심히 드나들었다. 문화유산답사 동호회와 불교 동호회가 가장 오래 남아 있는 기억이다.
그 시절 맺은 인연들은 대부분 연락처가 바뀌며 자연스럽게 끊어졌다. 집안일로 통신을 할 여유가 없던 때, 컴퓨터를 아예 없애버리기도 했고 몇 년은 키보드를 만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관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멀리서 그 시절 지인들이 문병을 다녀갈 만큼 마음은 이어져 있었다.
작년 겨울, 나우누리 불교동호회 시샵이었던 분이 충청도에 산다는 것을 떠올리고 연락을 남겼다. 이사 온 동네에서 첫겨울을 맞으며 막막하던 때였다. 휴대폰 번호가 바뀌어 먼저 연락을 드리지 못했다고 말하며 조심스레 안부를 전했다. 정말 오랜만의 통화였는데도 30여 년 전 그 목소리와 다르지 않아 놀랐다. 나는 그때 이십 대 중반이었고, 이제는 오십 대 중반이 되었다.
그분은 새로 낸 시집에 사인을 해 집으로 보내주셨다. 취업 문제로 마음이 복잡하던 시기라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 한 채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다가 오늘에야 연락을 드렸다. 딸아이 일을 돕기 위해 중고차를 알아보고 있다 말했더니, 마치 자신의 일처럼 바로 전화를 주셨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인연이 어느덧 30년을 넘겼다. 이십 대 중반 이후 내 인간관계의 많은 부분은 온라인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가상에 머무르지 않았다. 화면 너머에서 시작된 관계는 오프라인과 구분 없이 이어졌고, 멀리서 서로를 응원하고 때로는 실제 도움을 주고받으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결국 남는 것은 접속 방식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화면을 사이에 두었든, 같은 공간에 마주 앉았든 마음이 닿으면 관계가 되고, 시간이 지나도 서로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기록이 아니라 기억이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은 기술의 방식일 뿐, 인연은 언제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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