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02-24
이렇게 또 내 인생이 이어지는구나 싶다. 어떻게 살아질까 해가 바뀔 때마다 흥미진진하다. 내 인생에 뭔가 정해진 틀이란 게 크게 없다 보니 잘못 구르면 잘못 구른 대로 살아내고, 무난하게 굴러가면 또 감사하게 살아내기를 반복하다 보니 오늘은 이곳에서 잠시 안도의 숨을 내쉰다.
너무 절절하게 가슴에 와닿는 편지를 보내준 제자 *현에게 카톡을 보낼까. 편지를 쓸까. 어제 면접장에서 뭔가 인상적인 이야기를 하라고 했을 때, 수업이 진행되면서 눈빛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진 학생들이 수업 끝나면 일부러 문 열고 나와서 깍듯하게 허리 숙여서 인사를 다시금 해서 마음이 먹먹해진 순간이며, 내가 올해도 남아서 다른 이야기로 수업을 이어 나가 주기를 바랐으나 그리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가슴에 담아두었던 말을 건네준 친절한 그들의 이야기.
말을 머금었다가 가슴이 먹먹해져서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떠나올 수밖에 없었던 내 현실과 바람 사이에서 내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해 준 고마운 인연들. 작년에 고향으로 잠시 돌아가겠다는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귀한 인연들과 마주할 순간을 얻지 못했을 거다.
모두 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하나씩 불 밝히며 눈앞에 선하게 떠오른다. 그들의 세상이, 그들의 인생이 원하는 만큼 무난하게 펼쳐지길 빈다. 덕분에 한 해 잘 살았다.

아침 일찍 딸에게 연락이 왔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지점까지 와서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없지만, 한동안 우리가 말한 대로 나는 1년, 딸은 6개월 근무할 곳이 거짓말처럼 굴러들어 왔다.
아침에 눈이 펑펑 쏟아지는 길을 달려서 또 그 자리에 태워주고, 딸이 타고 다닐 차를 어떻게 구할지 고민했다. 이왕에 지난주에 일자리가 확정되었더라면 이렇게 쫓기는 심정으로 뭔가 생각하지 않았어도 되었겠지만, 그때 가본 곳엔 오라고 불러도 가지 않겠다고 내가 거절했으니 나와 인연이 없는 곳이다.
어쩌면 애쓰지 않아도 될 일이었던 것처럼 묘하게 일이 굴러간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을 겪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숨 쉴 틈은 얻었으니 오늘부터 몸을 잘 추스르고 한 해 또 잘 살아내 보자.
*
저 아이는 왜 나에게서 태어나서, 내가 걸은 길 뒤를 따라 걷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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