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의 슬픔을 넌지시 바라본다.
마주 본다기보다,
그 곁을 스쳐 지나가듯.
슬픔은 대개 몸을 웅크리고 있지만,
그 안쪽에서는 오래된 이름을 부르고 있다.
사무치는 그리움.
부모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이라는 것은,
나에게는 늘 타인의 언어였다.
누군가는 그리움을 말하며 눈을 감는다.
이미 사라진 목소리를 더듬고,
손등 위에 얹히던 체온을 기억해 낸다.
그 기억은 날것처럼 아프면서도
그 사람을 지탱하는 뿌리가 된다.
나는 그 풍경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본다.
그리움이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축복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잃어버릴 대상이 있었다는 것,
끝내 불러볼 이름이 있다는 것.
그러나 내 안에는 그렇게 불러 세울 얼굴이 없다.
애틋함이 자라날 자리도,
되돌아가 안길 품도 없다.
비어 있다는 것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무엇이 있었는지조차
또렷이 증명할 수 없다는 뜻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타인의 슬픔을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그 슬픔이 가리키는 방향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내 슬픔은 방향을 잃은 채 한동안 서성이다가
이내 아무 일도 아닌 얼굴로 돌아온다.
그리고 나는 느낄 대상이 없다는 사실을 조용히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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