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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5~2029>/<2026>

타인의 슬픔

by 자 작 나 무 2026. 2. 26.

누군가의 슬픔을 넌지시 바라본다.

마주 본다기보다,

그 곁을 스쳐 지나가듯.

슬픔은 대개 몸을 웅크리고 있지만,

그 안쪽에서는 오래된 이름을 부르고 있다.

사무치는 그리움.

 

부모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이라는 것은,

나에게는 늘 타인의 언어였다.

누군가는 그리움을 말하며 눈을 감는다.

이미 사라진 목소리를 더듬고,

손등 위에 얹히던 체온을 기억해 낸다.

그 기억은 날것처럼 아프면서도

그 사람을 지탱하는 뿌리가 된다.

 

나는 그 풍경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본다.

그리움이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축복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잃어버릴 대상이 있었다는 것,

끝내 불러볼 이름이 있다는 것.

 

그러나 내 안에는 그렇게 불러 세울 얼굴이 없다.

애틋함이 자라날 자리도,

되돌아가 안길 품도 없다.

비어 있다는 것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무엇이 있었는지조차

또렷이 증명할 수 없다는 뜻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타인의 슬픔을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본다.

그 슬픔이 가리키는 방향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내 슬픔은 방향을 잃은 채 한동안 서성이다가

이내 아무 일도 아닌 얼굴로 돌아온다.

그리고 나는 느낄 대상이 없다는 사실을 조용히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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