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7

해마다 1월과 2월은 몸과 마음이 함께 식어가는 계절이었다. 추위는 단지 기온의 문제가 아니라, 움직임과 의지를 함께 얼려버리는 종류의 것이어서, 어디론가 떠나는 일조차 사치처럼 느껴지곤 했다. 한 해 동안 밀려온 일들은 연말에 이르러 비로소 몸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그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몸살과 감기를 앓았다. 마치 삶이 나를 정지시키기 위해 선택하는 가장 원초적인 방식처럼.
그런데 올해의 겨울은 그 반복에서 조금 비껴 나 있었다. 처음으로 따뜻한 나라에 머물렀던 며칠이 단순한 휴식 이상의 무언가를 남겼기 때문이다. 햇볕은 피부에만 닿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깊이에도 스며들었다. 바닥까지 가라앉을 것 같던 기운이 완전히 꺼지지 않고 어딘가에서 조용히 이어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시간의 결이었다. 늘 이 시기에 몰려들던 일들이 올해는 나를 짓누르기 전에 스스로 가벼워졌다. 쫓기지 않는다는 감각은 단순한 여유가 아니라, 존재의 밀도를 바꾸는 일이었다. 이전의 나는 매주 금요일이면 누적된 피로를 몸에 매단 채, 250킬로미터를 달려 딸을 만나기 위해서 집으로 향했다.
눈꺼풀이 내려앉을 듯 무거운 순간에도 핸들을 잡은 손만은 끝내 긴장을 놓지 못했다. 세 시간의 고속질주는 반복될수록 일상이 되었고, 일상이 될수록 몸은 조금씩 닳아갔다. 일요일 오후, 다시 같은 길을 되돌아 나올 때면 삶이란 어쩌면 이렇게 왕복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 시간을 일 년 이어오고 나니 지속되는 긴장은 사람을 무너뜨리지 않고도 조금씩 줄여간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게, 그러나 분명하게.
그리고 그 사이 설명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한 줄기 빛이 스며들었다.
정확히 언제였는지 또렷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분명 나의 바깥에서 와서 내 안에 머물렀다. 사람은 때때로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타인의 온기를 건네받는다. 그것은 크지 않아도 충분히 오래 남는다. 어쩌면 우리가 삶을 견디는 이유는 그런 순간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제 안다. 겨울이 매번 같지 않듯, 나 역시 매번 같은 방식으로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어떤 계절에는 이유를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건네받은 햇살이 있다는 것을. 다음 겨울을 건너갈 때 다시 꺼내보게 될 만큼 그 기억은 오래 남을 것이다. 한 줄기 빛처럼 스며든 희망 같았던 온기의 근원은 시를 읽어 보내주던 한 남자의 목소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 흔한 만남 한 번, 통화 한 번 없이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한 채,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있었다. 1월과 2월, 두 달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조용히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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