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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5~2029>/<2026>

진행 보다는 완결

by 자 작 나 무 2026. 2. 28.

2026-02-28

 

무언가를 쓰게 되는 순간의 감정은 여전히 진행 중인 것이 아니라 이미 끝을 본 상태에 더 가깝다. 더 보태어 그릴 것이 없을 때에야 비로소 이야기라는 틀 안에 담길 수 있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스스로 생겨났다가 스스로 접히는 감정은 실체를 갖지 못한다. 현실의 접촉보다 혼자 생각 속에서 부풀었다가 이내 식어버리는 것.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지 나는 자주 머뭇거린다.

 

형태를 갖추지 못한 감정은 제 안에서만 뒤집히고 구겨지고 자라난다. 끝내 닿고자 했던 곳에 닿지 못한 채, 허공에서 힘없이 무너져 내린다. 닿을 곳이 없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버린 감정처럼. 이 나이에도 여전히 그렇게 허망한 감정의 곡선을 그리게 될 줄은 몰랐다.

 

*

혼자 여행을 다니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나의 감각으로 길어 올리는 일에 나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몇 해 전 연화도에서 찍은 사진처럼 나는 늘 자연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그 안에 스며드는 쪽에 가까웠다. 풍경을 기록한다기보다 그 풍경 속 한 점으로 가만히 머무는 일.

 

돌이켜보면 관계에 대한 나의 선택 역시 그런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불만족스러운 관계를 억지로 이어가기보다 차라리 아무 관계도 맺지 않는 쪽을 택해온 시간들. 그것은 회피라기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감정의 결을 스스로 정해온 결과에 가까웠다.

누군가 손을 내밀었던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 손을 잡고 싶지 않았고, 반대로 내가 손을 내밀고 싶었던 사람에게는 다가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의 온도를 확인하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 시간들이 쌓였다.

 

생각만으로 자라난 감정은 결국 현실의 자리를 얻지 못한다. 닿을 수 없는 방향으로만 부풀다가 끝내 스스로 무너져 내린다. 존재했다고 말하기에도 없었다고 말하기에도 애매한 상태. 그런 감정을 과연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애매한 감정 위에 애매한 선택을 얹고, 뒤늦게 돌아서서 의미를 붙이는 일은 더 이상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방식이다.

 

감정은 점점 완만하게 낮아질 것이고, 누군가를 궁금해하는 일도 점점 드물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결핍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나는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궁금해지지 않는 사람에게는 끝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그럼에도 아직 나는 그가 궁금하다.

 

*

오늘이 지나고 나면, 진짜 봄이 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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