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8
어제 아울렛에서의 일은 생각보다 또렷한 기준 하나를 다시 확인하게 했다. 딸의 옷을 고를 때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마음에 든다는 눈빛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반면 내 옷 앞에서는 자꾸 멈칫하게 되었다.
점원과 딸이 건네는 질문 앞에서 선뜻 답하지 못했던 이유도 결국 같았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싫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끌리지도 않는 상태. 그 애매한 온도는 선택을 미루게 만든다. 곁에서 답을 재촉받을수록 그 애매함은 더 또렷해졌다. 선택지가 그것뿐이라면 고민했겠지만, 다른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는 굳이 그 정도의 마음으로 결정을 내릴 이유가 없었다.
실제로 다른 가게에 들어갔을 때, 나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원하는 것을 골랐다. 그제야 알게 된다. 확신은 생각보다 빠르게, 그리고 분명하게 온다는 것을. 머뭇거림은 판단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아직 거기에 닿지 않았다는 신호라는 것을.

사람을 만나는 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옷은 한 번 입어보면 알 수 있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한 번의 만남으로 단정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애매한 감정이 남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거기까지라는 점이다. 반대로, 약하게라도 다시 만나고 싶은 기색이 남아 있다면 적어도 몇 번의 기회는 더 주어볼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세 번쯤은 감정이 어디로 흐르는지 지켜볼 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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