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3
대체 공휴일 덕분에 오늘 개학했다. 새 학기 준비가 된 교사도 첫날 몰아치는 메신저의 메시지 폭탄과 서둘러 쳐내야 하는 잡무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런데 모든 준비가 끝난 뒤에 미발령 자리에 채용된 내 딸과 나는 업무용 노트북도 뒤늦게 받아서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았고, 인증서도 없어서 업무포탈에 로그인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쌓이는 메시지, 밀리는 일에 토할 것 같은 상태였다. 난 노트북도 없고 메신저도 되지 않으니 일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도 모르겠고, 한숨만 푹푹 쌓였다. 오후 늦게 겨우 메신저에 쌓인 폭탄 같은 메시지를 읽음 처리하는 것으로 끝내고 말았다. 설상가상, 6개월 기간제에 담임까지 맡은 딸은 어떻게 신경을 분산시키고 일을 정리해야 좋을지 몰라서 더 난감했던 모양이다.
진작에 사람을 뽑아서 일할 수 있게 준비를 시켜줬으면 몰라도 아무 준비도 없이 공문서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고!
딸이 기다릴까 봐 나는 정시 퇴근하고 딸 직장으로 데리러 갔다가 한참을 기다렸다. 늦게 나오는 딸의 걸음걸이가 보기만 해도 안쓰럽다. 오늘 뭘 겪었을지 안다. 나도 겪었으니까.....
차 안에 앉아있지 않고, 뛰어나가서 주차장에서 안아줬더니 그대로 소리 내서 통곡하듯 운다. 너무 힘들다고 엉엉 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압박감과 당혹스러움을 처음 경험해 보고 감당하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입에 쉰내가 날 정도로 지쳐서 영혼마저 빠져나간 껍데기 같은 상태로 퇴근하던 내가 어떤 생활을 이어왔는지 상상도 못 했으리라.
다른 방법이 있으면 거기서 건져주고 싶다. 꺼내주고 싶다. 그러게 적성에 맞지도 않은 일을 왜 선택해서 고생하냐고 되묻고 싶었지만, 토닥토닥 등 두드려주고 괜찮아질 거라고 말해줬다.
단 하루의 경험만으로도 정나미 떨어져서 다른 일을 찾아보고 싶어 하는 내 딸의 대책 없는 선택에 내 책임은 하나도 없다. 원서 쓸 때 나와 의논하거나, 미리 말하지도 않았으니 내 알 바 아니다. 내가 거기 티끌만큼이라도 관여했다면 오늘 같은 날 세상에 있는 원망이란 원망은 다 들었을 거다.
모든 선택의 책임을 직접 지고, 선택도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하며 키웠으니 더 할 말은 없고 그저 힘든 게 너무 싫어서 어떻게 도망치나 하는 생각부터 든 모양이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하루였을 거다.
내일은 덜 힘든 하루를 보내길 바란다. 그나마 6개월만 일하면 그만둘 수 있으니 참 다행이다.
'흐르는 섬 <2025~2029> > <2026>' 카테고리의 다른 글
| Nothing (0) | 2026.03.07 |
|---|---|
| 잊지 말기 (0) | 2026.03.07 |
| 봄마중 (0) | 2026.02.28 |
| 싫음과 좋음이 명확하지만..... (0) | 2026.02.28 |
| 진행 보다는 완결 (0) | 2026.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