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9
며칠째 딸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퇴근길에 태우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멀쩡하게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고통스러운 얼굴로 온몸으로 크게 소리 내어 운다. 저녁을 먹고 피곤해서 쉬다가 비타민 주려고 들어가 보니 침대 주변이 온통 울어서 닦아낸 티슈 천지에 베개가 흠뻑 젖었다.
누워서 숨 넘어갈 듯 우는 딸을 일으켜 안고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줬다. 며칠 만에 저렇게 급발진처럼 깊은 우울감에 빠져서 넋 놓고 우는 모습은 평생 처음 본다. 일이 그냥 힘든 정도가 아니라 도무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라고 여겨질 만큼 버거운 모양이다. 저런 걸 가만히 보고도 그만두지 말라고 한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도 잘 돌아가야겠지만, 초임자가 맡아서 해내기 어려울 정도의 일을 그렇게 몰아서 주는 것도 너무하다. 전임자가 바로 그만둔 이유를 알겠다. 왜 업무가 얼마나 되는지, 시수까지 따져서 묻지 않고 그냥 보냈는지 후회 막급이다. 미발령 자리라고 말해서 그냥 그런 줄로만 알았더니. 저렇게 사람 잡는구나 싶다.
내 딸 살리려면 그만두게 해야겠다. 아직 심기가 약하고 경험이 적어서 더 그럴 수도 있다지만, 화장실 갈 틈도 없이 빡빡한 일정에 숨을 못 쉬겠다고 한다. 바로 터진 학폭으로 조사하고, 부모와 통화하고 그러느라 다른 업무는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쫓기니 마음이 무겁고 머리도 아프고..... 안 봐도 알겠다.
이 따위로 업무를 몰아서 사람 잡을 만큼 준다면 경험자여도 어려울 텐데. 정말 너무하네. 우울증 치료를 받게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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